[딜사이트 이승연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수혜의 범위가 전력 인프라에서 네트워크와 냉각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데이터센터 구축 초기에는 대규모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였지만 AI 연산 규모가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간 연결과 열관리의 중요성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력기기 업종에 대한 성장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향후 투자 시야를 네트워크와 냉각 분야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2일 유안타증권이 발간한 'AIDC 다음 승부처: 네트워크와 냉각' 보고서에 따르면 8월31일 기준 LS ELECTRIC과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의 최근 1년 주가수익률은 각각 264.7%, 139.0%, 58.6%를 기록했다. 세 기업의 평균 상승률은 154.1%에 달했다. 같은 시점 이들 기업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40.9배로 집계됐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관심이 전력 인프라에 가장 먼저 집중된 결과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전력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 데다 송·변전설비와 변압기의 긴 구축 기간이 데이터센터 착공과 가동 시점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전력 인프라의 구조적 성장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는 단순히 전력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지보다 확보한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AI 연산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연산 단위가 개별 서버에서 다수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랙, 클러스터로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GPU 성능이 높아질수록 GPU 간 데이터 이동량과 필요한 대역폭이 동시에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학습과 추론의 입지가 달라지는 점은 네트워크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학습용 데이터센터는 상대적으로 전력 확보가 쉬운 비수도권으로 분산될 수 있다. 반면 추론은 지연시간에 민감해 사용자와 가까운 수도권이나 엣지 거점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서로 떨어진 AI 거점을 하나의 인프라처럼 연결하기 위해 백본망과 전용회선, 데이터센터 간 연결망(DCI), 해저케이블 등의 역할이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수요는 2026년 92Tbps(테라비트 퍼 세컨드)에서 2031년 295Tbps로 220.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AI가 차지하는 수요는 같은 기간 24Tbps에서 198Tbps로 72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해저케이블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을 AI가 차지하는 셈이다.
정부도 통신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무선백본 용량을 현재 37.6Tbps에서 2027년 70Tbps, 2030년 160Tbps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저케이블 용량도 120Tbps에서 220Tbps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네트워크 장비의 성능 고도화도 뒤따를 전망이다. AI 연산이 여러 GPU를 하나의 자원처럼 사용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GPU 수와 연결 수, 포트당 대역폭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서다. 유안타증권은 네트워크가 기존 400G에서 800G를 거쳐 1.6T급으로 고도화되면서 광트랜시버와 광섬유 등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네트워크와 함께 주목받는 분야는 냉각이다. AI 서버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스위치 등에서 발생하는 열이 좁은 공간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산 효율이 좋아지더라도 절감한 전력과 공간에 더 많은 장비를 집적하면서 랙당 전력밀도와 열밀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구조다.
이에 냉각 방식도 기존 공랭 중심에서 직접액체냉각(D2C)과 냉각수분배장치(CDU) 등 액체냉각 방식으로 고도화될 전망이다. 냉각 대상도 GPU뿐 아니라 HBM과 스위치, 전력장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액체냉각 대응 용량이 연평균 38.5%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액체냉각 랙 수는 연평균 8.8%, CDU 환산 대수는 17.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설 단위 액체냉각 열배출 용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54.4%로 가장 높게 예상됐다.
유안타증권은 네트워크 분야에서 대한광통신과 오이솔루션을 주목할 종목으로 꼽았다. 대한광통신은 미국 AIDC향 광케이블, 오이솔루션은 1.6T 광트랜시버와 CPO 외부광원 기술이 핵심 투자 포인트다.
냉각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한중엔시에스를 톱픽으로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BESS 시스템 설계권과 고객 접점을 바탕으로 액체냉각 확대 효과를 시스템 가격과 수주 경쟁력에 반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중엔시에스는 BESS 액체냉각 통합 시스템의 양산 경험을 갖춘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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