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SK하이닉스의 초과이익분배금(PS) 자사주 지급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성과 보상 체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반도체(DS)부문에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지만 노사 합의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현금 중심의 PS 지급 방식을 자사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쟁점이었던 반면 삼성전자는 별도로 신설한 특별성과급의 재원 규모와 배분에 무게가 실렸다는 점이 엇갈린 결과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PS 지급 한도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PS의 80%는 그해 연도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도 2년에 걸쳐 각각 10%씩 현금으로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올해 잠정합의안에서는 성과급 재원을 산정하는 큰 틀을 유지하되 지급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PS의 40%만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전체 PS의 40%에 해당하는 자사주는 그해 연도에 매도할 수 있고 20%에 해당하는 자사주는 2년에 걸쳐 각각 10%씩 이연 지급하는 구조다. 시행 첫해인 2026년도분 PS에 한해서는 그해 연도 지급 자사주 40%를 현금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최대 80%까지 현금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기존 현금 중심의 지급 방식을 합의한 지 1년 만에 자사주 비중이 대폭 확대되면서 노조 내부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주가 움직임에 따라 실제 보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존 합의대로 현금 지급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노사가 주식 수를 산정할 때 세 시점의 종가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등 주가 변동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 50.08%, 찬성 49.92%로 부결됐다. 찬반 격차는 25표에 불과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삼성전자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음에도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차이는 성과급의 성격에 있다. SK하이닉스가 기존에 현금으로 지급하던 PS 일부를 자사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면 삼성전자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은 그대로 둔 채 DS부문에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을 추가로 신설했다. 자사주 지급 여부보다는 새로 생기는 성과급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 노사는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정하고 지급률에는 별도의 상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지난 5월 잠정합의 당시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연봉 1억원 기준 기존 OPI까지 합쳐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원,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직원은 약 2억1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삼성전자에서는 지급 수단보다 성과급 재원의 규모와 사업부별 배분 수준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결국 두 회사 모두 자사주를 성과 보상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노사 협상의 초점은 달랐다. 삼성전자는 기존 OPI를 유지한 채 DS부문에 대규모 특별성과급을 추가하면서 ‘성과를 얼마나 나눌 것인가’가 부각됐다면 SK하이닉스는 이미 합의한 PS 재원 규모를 유지하면서 ‘성과급을 어떤 형태로 받을 것인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자사주 지급안을 완전히 접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잠정합의안 부결로 전임직 노조와 사 측이 재협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2023년과 2024년에도 첫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문턱을 넘지 못한 뒤 재협상을 거쳐 수정안을 마련한 전례가 있다.
2024년에는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뒤 노사가 47일간 재교섭을 벌였다. 재합의 과정에서 임금인상률 5.7%는 유지하는 대신 회사 성장에 대한 ‘원팀 마인드 격려금’을 기존 35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높이고 5년 장기근속 휴가를 7일에서 10일로 확대했다. 기존 합의의 큰 틀을 뒤집기보다는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보상과 복지 조건을 추가로 보완한 셈이다.
2023년에도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뒤 재교섭을 거쳐 조건을 조정했다. 당시 임금 4.5% 인상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인상분 지급 시점을 보완하고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합원 동의를 다시 구했다.
과거 사례만 놓고 보면 잠정합의안 부결이 기존 협상 결과의 전면 백지화로 이어지기보다는 쟁점이 된 조건을 추가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재합의가 이뤄졌다. 이번에는 기존 현금 중심 PS 지급 방식을 자사주 중심으로 바꾸는 문제가 부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재협상에서 자사주 지급 비율과 현금 선택권이 어느 수준까지 조정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만큼 노사가 다시 협의를 거쳐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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