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캐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추진하기로 내부 의사결정을 마쳤지만 관련 사실이 공시되지 않아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과거 파산신청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전력이 있는 만큼, 주요 경영사항을 둘러싼 공시 적시성 논란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력전자 사업을 영위 중인 캐리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와 보전처분, 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신청 대리인은 법무법인(유한) 로백스가 맡았다.
하지만 이사회 결정 이후 다음 날인 31일까지 관련 공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회생절차 신청은 회사의 경영 정상화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시장에서는 공시가 지연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리의 공시 적시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캐리는 2026년 1월16일 '파산신청 지연공시'를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 5점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12월3일 제기된 파산신청 사실을 제때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에도 주요 법적 분쟁과 관련한 공시가 뒤늦게 이뤄진 사례가 있었다.
채권자 황모씨는 지난 4월10일 수원지방법원에 캐리의 신주 1999만9998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대상은 2025년 8월18일 이사회 결의 이후 19차례 정정공시가 이어진 1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다. 해당 소송 제기 사실은 약 3개월이 지난 7월2일 공시를 통해 공개됐다.
이처럼 주요 법적 절차를 둘러싼 공시 시차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공시 적시성을 둘러싼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번 회생절차 추진 과정에서도 관련 공시가 적시에 이뤄질지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회사의 보다 신속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경영진들이 해당 사실을 최대한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는 말이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회생절차 추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한 채권자는 캐리를 상대로 파산을 신청했지만 지난 5월18일 수원회생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지급불능 또는 부채초과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신청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권자의 파산신청이 기각된 지 약 두 달 만에 회사가 직접 회생절차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자금조달 여건과 재무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원의 관리 아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경영 정상화 과제도 적지 않다. 캐리는 지난해 최대주주가 드래곤인베스트조합으로 변경된 이후 2025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투자 및 자금거래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경영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최근에는 사내이사가 실질 사주와 대표이사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42억원 규모 단기대여금의 회수 가능성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캐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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