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아이컴포넌트'가 자사주를 소각 대신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 초 상법 개정 이후 상장사들이 잇달아 자사주 소각에 나서며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특히 전체 발행주식의 8%가 넘는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하기로 하면서 단순 주주환원보다 향후 활용 가능성을 우선시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오너일가의 지분 승계 과정과 맞물려 향후 지배구조 운영의 선택지를 남겨두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컴포넌트는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과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 승인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안건은 올해 초 상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상법 개정안에 따라 취득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 다만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보유·처분계획을 수립할 경우 예외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아이컴포넌트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61만1620주다. 전체 발행주식의 8.64%에 해당한다. 회사는 해당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관 변경을 통해 활용 범위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주주들에 대한 균등 조건 처분, 우리사주제도 운영,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이컴포넌트가 보유한 자사주는 2023년 3월부터 약 2년 6개월 동안 취득한 물량이다. 취득 과정에서 약 37억원이 투입됐다. 취득 당시 목적이 주주가치 제고였던 데다 한때 1만6000원대를 웃돌던 주가가 현재 4000원대까지 하락한 상황이어서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특히 자사주 비중이 발행주식의 8.64%에 달하는 만큼 전량 소각 시 유통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당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가 소각 대신 활용 방침을 택하면서 이 같은 기대감은 다소 꺾이게 됐다.
물론 이번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향후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언제든 소각에 나설 수 있다. 그럼에도 회사가 보유 자사주 전량에 대한 보유·처분계획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현시점에서 소각보다 활용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컴포넌트 측은 자사주를 단기간 내 모두 활용할 계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향후 활용 방안이 구체화될 경우 추가로 주주 동의를 받을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현 시점에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실제 활용처다. 당장은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가장 유력한 사용처로는 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 꼽힌다. 우선 규모부터 살펴보면 현재 보유 자사주는 61만1620주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에게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은 총 17만9000주다.
아직 행사된 물량은 없다. 현재 주가가 4000원대 수준인 반면 행사 가격은 6400원인 탓에 당장 행사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설령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이 전량 행사되더라도 약 43만주의 자사주가 남게 된다. 단순 임직원 보상 목적만으로는 전체 물량을 설명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자사주는 소각할 경우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발생하지만, 보유할 경우 우리사주 지급이나 임직원 보상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 유치, 신사업 협력,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경영 목적에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아이컴포넌트의 경우 승계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 감소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자사주를 유지하면 향후 다양한 방식의 지분 구조 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 시장 일각에서 이번 결정을 단순 주주환원 정책이 아닌 지배구조 측면에서 해석하는 배경이다.
2020년 5월 설립된 아이컴포넌트는 배리어 코팅필름 및 도광판용 압출필름 제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양국 대표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아이컴포넌트 지분 15.85%(112만419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1956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분 승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김 대표의 아들인 김희종 씨가 유력한 승계 대상자로 거론된다. 김희종 씨는 미국 시러큐스대학을 졸업한 뒤 LG화학을 거쳐 2016년 아이컴포넌트에 입사했다. 현재 기획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만 지분율은 3.53%(25만주)에 머물고 있다.
김 사내이사는 지금까지 장내 매수보다 증여 방식을 통해 지분을 확보해왔다. 2020년 3월 10만주(취득단가 2450원)를 수증받았고 지난해 9월에는 김 대표로부터 15만주(취득단가 5450원)를 추가 증여받았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증여를 중심으로 승계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아이컴포넌트 관계자는 "자사주 활용 계획은 이사회 결정에 따른 것으로 현재로서는 소각 계획이 없다"며 "당장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임직원 상여 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니고, 잔여 물량에 대해서는 내년에도 주주 동의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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