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해 말 회장 승진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섰고 취임 후 반 년 만에 첫 대형 M&A인 대경오앤티 인수를 앞두고 있다. 이 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미래 비전인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첫 성과라는 평가를 얻는다. 특히 70여 년간 이어진 중공업 중심의 그룹 DNA를 친환경 에너지 테크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 구조개편이 본격화 했다는 분석이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대경오앤티는 도축 부산물과 폐식용유 등 바이오 연료의 핵심 원료를 수거하고 정제하는 국내 1위 업체로 국내 바이오 디젤 및 지속가능 항공유(SAF) 원료 시장의 약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정기선 회장이 첫 M&A 타깃으로 이 회사를 꼽은 데에는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오일뱅크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정제 역량에 대경오앤티의 강점인 원료 공급망 경쟁력을 결합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SAF 및 친환경 바이오 시장을 선점할 포부다.
당초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K온과 유진PE·산업은행PE 컨소시엄이 내놓은 대경오앤티 경영권 지분을 두고는 일본의 에너지 대기업인 에네오스(ENEOS)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인수의사를 보여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특히 에네오스는 일본 내 SAF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의 원료 공급망 확보를 위해 이 거래에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기선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FI)인 테넷PE와 손잡고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금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조선과 중공업으로 기틀을 잡은 HD현대그룹은 에너지 트랜스포메이션을 완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1세대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은 불모지에서 조선과 건설로 국가 기간 산업의 기틀을 닦았고, 2세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재인수를 통해 중공업과 정유를 축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이제 3세대 정기선 회장은 기존 조선과 정유업으로 다진 사업 기틀에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더해 그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는 사업을 부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경오앤티 인수를 통해 만성적으로 저평가 국면에 머물던 HD현대의 기업가치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간 시장에서는 HD현대가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저성장·고탄소 굴뚝 기업으로 지적돼 저평가를 받아왔다.
정기선 회장은 그러나 이번 M&A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자율운항 선박 연료로 공급하는 종합 에너지·테크 플랫폼 전략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전략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딜이 HD현대의 기업가치를 상당히 올릴 촉매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정 회장은 이번 성과를 기점으로 수소 밸류체인 구축, AI 기반 자율운항 시스템, 친환경 선박 기자재 등 핵심 미래 사업군에서 공격적인 M&A와 지분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딜에서 보여준 저력은 향후 HD현대의 M&A 행보를 뒷받침하는 트랙레코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정 회장은 그룹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을 완수하고 산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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