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삼성SDI가 1분기 단기차입금 3조5000억원을 갚았다. 단기차입금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장기차입금 비중을 높여 유동성 부담을 덜어냈다. 차입구조 장기화에 이어 이달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재무구조 개선도 기대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1분기 단기차입금 3조5207억원을 상환했다. 무려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DOE)로부터 대규모 대출 승인을 받은 덕이다. 지난해 말 삼성SDI는 DOE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을 통해 75억달러(10조5000원)에 달하는 대출을 승인받은 바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DOE로부터 2조5808억원을 빌렸고 올해 1분기는 1조892억원을 추가로 대출 받았다. 대출액은 3조6701억원을 늘었고 이는 현재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돼 있다. 

상섬SDI는 1분기 3조50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는 대신 단기차입 1조5604억원, 장기차입 1조8952억원 등 총 3조4556억원을 신규로 받았다. 차입구조를 장기화해 재무안정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1년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늘면 차환과 상환 주기가 짧아 유동성 부담이 가중된다. 반대로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면 자금운영 측면에서 보다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삼성SDI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6조5140억원에서 올해 1분기 5조4620억원으로 16.1% 감소했다. 같은기간 장기차입금은 5조640억원에서 6조1540억원으로 21.5% 증가했다. 총차입금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종전 56%에서 47%로 9%포인트(p) 줄었다. 

차입구조를 장기화했다고 재무비율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2022년 75.7% ▲2023년 71% ▲2024년 88.2% ▲2025년 1분기 89%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차입금의존도도 ▲17% ▲16.8% ▲28.5% ▲28.5%로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후 올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물론 삼성SDI의 유럽, 북미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현재의 재무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올해 5조원 상당의 설비투자(CAPEX)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입구조 장기화 전환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삼성SDI는 CAPEX에 지난해 6조6000억원을 투입했고 올해 1분기는 7744억원을 썼다. 

재무지표는 유상증자로 자본이 확충되면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북미와 유럽 지역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투자 등을 위해 1조728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종확정가액은 16일 결정된다. 21일부터 구주주 청약과 일반 공모 청약을 거쳐 6월 13일 신주를 상장한다. 유상증자로 자본총계가 올해 1분기 기준 21조5370억원에서 23조2651억원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부채비율은 89%에서 82%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장기차입금이 늘었고 이를 활용해 단기차입금을 상환했다"며 "향후 배터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대비해 앞으로 2~3년간 시설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차입구조 장기화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으로 선제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