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5조원이 넘는 수주액을 확보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서 줄어든 발주 물량으로 인한 매출 축소를 주택사업에서 보완하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4월 말 기준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5조213억원의 수주액을 확보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실적이며, 올해 연간 목표치(5조원)을 웃돈 규모다.

삼성물산은 올해 1월 초부터 서울 강북권 최대 어(漁)라고 알려진 사업비 1조6000억원 규모의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올해 꾸준히 수주고를 올렸다. 매달 도시정비사업 시공권을 연이어 수주해 왔다. ▲2월 송파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4544억원) ▲3월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 (2416억원) ▲3월 송파구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2595억원) ▲4월 서초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 (1조310억원) 등이다.

이 같은 수주 확대 배경에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매출 공백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삼성물산의 계열사 일감 관련 매출은 지난해 기준 7조원 정도로, 전체 매출의 31% 정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계열사 발주 물량이 축소가 예상되면서 이와 관련한 수익 규모 축소가 이어질 예정인 만큼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익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분야에서 수주액이 점차 줄고 있다. 지난 2023년 12조2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8조2000억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올해 목표는 6조7000억원으로 더 줄었다. 하이테크 부문에서 수주액 1조5000억원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기수주한 계열사의 프로젝트가 준공한 만큼 비중이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이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한때 자취를 감췄었던 주택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삼성물산은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에 복귀했으며, 그 이후 수주액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2021년 8000억원 ▲2022년 1조1000억원 ▲2023년 1조3000억원 ▲2024년 3조4000억원 등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삼성물산은 이 같은 수주 비결에는 주택시장에서의 '래미안'에 대한 높은 선호도 덕분이었다. 삼성물산이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가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건설사로, 높은 신뢰를 받는 만큼 주택 브랜드 '래미안'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아울러 래미안의 브랜드 희소성도 영향을 끼쳤다. 삼성물산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정비사업 수주전에 나서지 않아 한동안 래미안 신축 아파트가 없었던 만큼 그 가치가 오히려 높아졌다.

삼성물산은 핵심 사업지를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위를 굳건히 다질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예정 단지로는 ▲강남구 압구정 2구역(2조4000억원) ▲영등포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8000억원) 등이 남아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주택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수주전략 변경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데에 주력했다"며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래미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올해 수주 성과에 기여한 부분" 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