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최근 탄핵 정국과 미국발 긴축 우려가 맞물리면서 채권시장 금리에 엇갈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탄핵 선고의 시장 영향은 단기적인 반응으로 그쳤고, 미국발 '관세 정책' 영향이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1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하락세를 보였던 국고채 금리는 4거래일 만에 다시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하락은 '정치 이벤트'에 따른 심리적 반응, 반등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시사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6.8bp 하락한 2.461%에 마감했다. 같은 날 AA-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도 6.6bp 하락한 3.035%를 기록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불거지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유입된 것이다. 국내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탄핵 선고가 불확실성의 끝으로 인식돼 일시적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금리는 곧바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지난 9일 국고채 3년물은 2.434%로 상승 전환했고, 10일에는 2.437%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AA-등급 회사채도 3%선 아래로 내려왔다가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최근 중국산 철강과 태양광 제품 등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과 긴축 기조 연장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채 금리 반등에 따라 한국 금리도 동조화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 이벤트는 단기적 영향에 그치지만, 미국발 인플레이션 변수는 물가와 정책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이라며 "국내 채권금리 역시 탄핵보다 미국의 물가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따라 시중금리도 인하하는 추세로 전개될 거라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조기 대선 개시로 향후 정권 교체 시 대규모 추경 편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전까지 재정정책 공백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역할이 확대됐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25%까지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고 3년물 금리는 하단이 2.50%에서 더 낮아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탄핵 결정과 맞물려 상호관세 정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경기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도 관세 회피를 위한 수출기업의 미국 현지생산 확대 가능성 등으로 국내투자 감소 및 고용 부진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이 국고 금리에 빠르게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는 "2월 금통위 이후 급격하게 후퇴했던 4월 금리인하설이 재확산됐다"고 밝혔다.

회사채 시장도 양극화를 보이며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유안타증권 채권분석팀은 "관세 변수에도 불구하고 특히 우량채 위주의 발행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맞물려 무리 없이 소화되고 있다"면서도 "비우량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투자심리의 양극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