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영국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4조1104억원(21억4010만파운드)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단일 기술수출 계약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GSK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siRNA(small interfering RNA), ASO(Antisense Oligonucleotide)를 포함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 또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olynucleotide), 항체(Antibody) 등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를 활용해 복수의 신규 표적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양사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고 GSK는 전임상 및 임상 개발, 제조, 상업화를 맡는다.

BBB는 유해물질이 뇌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치료제의 뇌 전달을 가로막는 가장 큰 난제로 여겨져 왔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IGF1R)를 이용해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도록 설계된 플랫폼 기술로 기존 약물이 갖는 전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739억원(3850만파운드)과 단기 마일스톤(기술료)까지 포함해 최대 1480억원(7710만파운드)을 수령할 예정이다. 나아가 복수의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과 허가, 상업화 마일스톤까지 더하면 최대 3조9623억원(20억6300만파운드)을 수령할 수 있다.  

GSK 측은 해당 기술이 자사의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오스틴 GSK 연구기술 부문 수석부사장(SVP)은 "고령화로 퇴행성 뇌질환의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가장 유망한 후보물질이 항체 기반 치료제지만 이들은 BBB를 통과할 수 있는 셔틀 없이는 뇌에 효과적으로 도달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계약은 BBB를 극복하고 이러한 치명적 질환을 치료할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도 "이번 계약은 BBB 셔틀시장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리더십과 GSK와 같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그랩바디-B의 상업화와 모달리티 적용 범위 확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퇴행성 뇌질환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번 파트너십이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계약은 에이비엘바이오의 두 번째 기술수출 성과다. 앞서 2022년 1월에는 프랑스 사노피와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이 비공개된 사례를 제외하면 이번 계약은 알테오젠이 2020년 체결한 4조6700억원 규모 계약에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술수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