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이 최근 유동자산을 늘리고 자본적투자(CAPEX) 및 연구개발 비중은 줄이면서 인공지능(AI) 투자 여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현금성자산을 크게 늘려 유의미한 투자 성과를 본격 확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중장기 인프라 및 원천기술 관련 투자가 한층 쪼그라든 점을 고려하면 국내외 유망 AI사를 대상으로 지분·전략적 투자에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 개발이나 단기 확보가 어려운 AI 주요기술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최근 인프라·인력 관련 비용을 줄이고 AI 성장투자 여력을 대폭 확대하면서 올해 유의미한 지분·전략적 투자가 대거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기준 유동자산이 7조47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늘었다. 이 중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2조3476억원으로 30.8%나 급증했다. 이 회사가 최근 'AI 컴퍼니'를 표방하며 관련 사업 확대에 전력투구 중인 점을 고려하면 성장투자 여력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반면 사업 인프라 및 원천기술과 관련한 투자 활동은 둔화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2조3940억원의 CAPEX를 집행하며 12.7% 감소했고 연구개발비 비중 역시 2.19%로 0.04% 포인트 하락했다. 5G 성숙기에 발맞춰 기존 투자를 최대한 감축한 뒤 AI 신사업 부문에 인력·재원을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인프라·기술 비중이 둔화되는 점을 감수하면서 현금성자산을 늘리는 점을 고려하면 유망 AI사를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기술을 보유 중인 기업에 지분·전략적 투자를 대거 단행할 경우 자체 개발 혹은 단기 확보가 어려운 원천기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보·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과 현재 과도기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오랜 경쟁사와도 사업, 기술적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AI 투자 및 기술이 뒤쳐진 국내업계가 내수용에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글로벌 유망사를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 범위를 넓혀 주요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유의미한 투자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세달 새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투게더 AI'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안랩 자회사 안랩블록체인컴퍼니에 12억9400만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하는 등 광범위한 투자 행보를 보였다. 추후 클라우드·블록체인 기술개발 및 사업 고도화 과정서 외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글로벌 AI 기업 투자는 업계 동향과 시장 분석에 기반한 전략적 제휴로 당장 올해 규모를 점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연구개발비 자체는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개발 가능 범위에 속한 기술은 직접 키우고 범위 밖의 요인들은 파트너사 협력을 통해 확보하는 투트랙을 가동할 계획"이라며 "자강과 협력의 기조를 기반으로 국내외 AI 파트너십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올해 AI 투자여력 확대를 위해 비핵심자산 유동화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임원 수를 20% 가까이 줄이고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 등을 매각하는 등 다각적인 경영·비용 효율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용자 수가 급감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서비스도 이달 내 종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