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G이노텍에 '소통공감 사무노동조합'이라는 사무직 노동조합(사무직노조)이 설립됐다. 다만 본격적 노조 활동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각종 의혹에 홍역을 치르고 있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 대표 노동조합인 생산직노조까지 사무직노조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터라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LG이노텍 사무직노조 관계자는 "사무직 직원들의 처우와 복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며 "큰 틀에서 ▲급여·연봉 ▲평가·보상 ▲근태·출장 ▲복리후생 ▲기타 조합원 애로사항 등을 사측에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출장비의 경우 정액제와 실비 정산제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정액제는 15년 내내 교통비 등을 제외하고 하루에 3만원씩 지급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사무직 노조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노조) 가입자가 많지 않다"며 "몇 명이 가입하든 조합원을 위해 활동할 방침이며, 현재 부당대우 등에 대처하기 위해 노무법인과 협업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사무직노조가 본격적 활동을 시작도 안했는데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사무직노조의 설립 배경과 과정을 두고 말이 돌고 있다. 우선 LG이노텍의 대표 노동조합인 생산직노조에서는 사무직노조를 설립한 인물이 전체의 권익이 아닌 사적이 불만 해소와 목적 달성을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생산직노조 관계자는 "사무직노조 설립자가 현재 경영진단(감사)을 받고 있고, 사측으로부터 희망퇴직을 종용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의 개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무직노조를 설립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직이 현재 어떤 상황이고, 어떤 취지로 노동조합을 설립하려 하는지 사전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생산직노조에서) 도움을 줬을 텐데 어떠한 언질도 없이 갑작스레 사무직노조를 설립했다"며 "사무직 직원들 사이에서 사무직노조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가 뭐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앞선 사무직노조 관계자는 "사익이 아닌 공익 증진을 위해 노조를 출범시키게 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무직노조를 설립하기까지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 너무 방대해 다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지방까지 출장 갈 처지도 안됐고, 전화도 부재 중이라 생산직노조에 문자로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생산직노조였다면 (공익을 위해) 충분히 도와줬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노조의 협력관계 구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울러 사무직노조의 규모가 커지면 단체협약을 놓고 생산직노조와 마찰음을 낼 것으로 관측 중이다. 노조법상 한 사업장에 복수 노조가 있는 경우 교섭권을 지니고 있는 대표 노조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생산직노조가 교섭권을 지니고 있다. 현재 사무직노조는 생산직노조에 그간 단체협약과 관련된 내용을 요청했으나 일체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이에 사무직노조의 규모가 커지면 충돌, 반대의 경우에는 자체 소멸을 점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이노텍 관계자는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는 내용은 회사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노조를 설립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 아직 특별히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직노조와 사무직노조 사이에 갈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