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롯데 유통군HQ(롯데쇼핑)가 롯데마트와 롯데온(롯데ON)의 역할 재조정에 나섰다. 각사의 사업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의 새로운 매출 확대 전략인 '트랜스포메이션 2.0'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이달 1일 롯데온에 소속돼있던 e그로서리사업단을 롯데마트로 통합했다. e그로서리사업단은 롯데온에서 판매하는 식료품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롯데마트는 롯데온의 온라인 식료품 부문을 맡다가 내년 상반기 차세대 e그로서리 앱을 론칭한다. 이로서 롯데마트는 롯데온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그로서리 부문에서 완전 독립하게 된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이 담당하던 '첨단 물류센터 사업'도 롯데마트에 넘겼다. 이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영국 온라인 그로서리 전문기업 '오카도(Ocado)'와 부산에 온라인 식료품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롯데쇼핑은 향후 전국 5곳에 첨단 물류센터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이에 롯데마트는 온·오프라인 사업부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동시에 온라인 식료품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마트가 온라인 식료품 사업까지 담당하게 되면 상품 소싱에 있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롯데마트가 추진하는 '그로서리 1번지'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마트는 롯데슈퍼와 통합에 나선데 이어 지난해 12월 롯데마트는 판매 품목의 90% 이상의 식품으로 채운 매장인 '그랑 그로서리'를 공개했다. 여기에 첨단 물류센터를 통한 전국 식료품 물류망과 차세대 e그로서리앱까지 가세한다면 타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롯데온은 기존에 비해 역할이 다소 축소됐지만 '버티컬' 전략에 한층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패션·뷰티·명품 등 전문관을 통한 버티컬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서왔다. 마침 그로서리 사업을 롯데마트에 넘기면서 롯데온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전문성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향후 롯데온 내 그로서리 사업에서 발생하는 판매수수료와 재무적 개선은 덤이다.

롯데그룹 내 7개 유통 계열사의 이커머스 역량을 한데 모아 통합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롯데온의 비전도 유지된다. e그로서리사업단이 롯데마트로 통합됐지만 롯데온의 그로서리사업과 롯데마트몰 등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롯데마트의 차세대 e그로서리앱 역시 롯데온의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할 예정이다. 

나아가 롯데쇼핑의 새로운 매출 확대 전략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하반기부터 '트랜스포메이션 2.0'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익성 개선하는 과정에서 줄어든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롯데쇼핑이 각 유통 계열사들의 역할을 재조정하면서 경쟁력 제고와 매출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들이 나온다.

롯데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롯데온은 롯데쇼핑 내 유통계열사뿐 아니라 타사업부들과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연결형 게이트웨이"라며 "온오프라인 고객을 이어주는 역할에 더욱 집중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