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직접판매(직판) 방식이라 일컬어지는 RoF(리테일 오브 더 퓨처) 프로젝트에 서서히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마티아스 바이틀(Mathias Vaitl) 벤츠코리아 대표가 임기 2년차에 접어든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미션인 판매망 정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바이틀 대표는 4월 중 딜러사 대표들과 함께 영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 출장은 RoF를 선도입한 영국의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다. 딜러사 대표들이 동행하는 만큼 국내에 RoF를 도입하기에 앞서 이를 먼저 시행한 국가를 직접 방문해 직판 체제의 장단점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RoF란 벤츠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판매방식의 변화로 딜러사가 아닌 각 국가의 법인이 차량 판매까지 도맡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통적인 방식의 판매구조에서는 도매상(수입차 법인)과 소매상(딜러사)의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벤츠코리아가 독일 본사나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들여오면 한성자동차와 같은 딜러사가 이를 넘겨받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하지만 벤츠 본사는 이러한 이원화 된 판매방식이 미래 자동차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혁신에 나서고 있다. RoF(Retail of the Future·미래의 유통)라고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 아래 각 국가의 법인이 판매까지 담당하도록 관련 시스템을 손보고 있다. 실제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에서는 2~3년 전부터 RoF가 도입돼 상당부분 정착된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국내에서 RoF 방식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 수입차 법인이 판매를 담당하는 만큼 알기 쉽게 '직판'이라고 불리고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법인과 딜러사간의 역할이 어떻게 나뉘는지에 관해서는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벤츠코리아가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차량을 판매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벤츠코리아를 비롯한 BMW코리아, 볼보코리아 등 수입차 브랜드는 일부 한정판 모델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해오고는 있다. 하지만 향후에는 전 모델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하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대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상품인 만큼 실물과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꼭 필요하다"며 "딜러사는 기존 A/S(애프터서비스) 기능에 집중하는 한편으로 차량 전시장 역할을 하게 될 여지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RoF는 바이틀 대표의 연임 성패를 좌우할 핵심 사업으로 여겨질 만큼 벤츠코리아의 최우선 과제로 여겨진다. 지난해 중순께 바이틀 대표가 토마스 클라인(Thomas Klein) 전 대표의 후임자로 낙점됐을 때부터 RoF 도입 성사라는 미션을 부여 받고 왔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바이틀 대표가 RoF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판매점 인증, 애프터 서비스, 디지털 서비스 및 이커머스 등과 같은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 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벤츠코리아 대표로 임기를 시작한 바이틀 대표는 임기 2년차에 접어든 만큼 RoF 도입에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RoF 도입을 검토하고는 있는 것은 맞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져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