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신라젠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조달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자본조달로 미국 파트너사인 '리제네론'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시장의 분석이 나온다.  

신라젠은 이사회를 열고 1294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의결했다고 이달 22일 공시했다. 이번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3450만주로 배정주식수는 구주 1주당 0.33562882주다. 발행주식총수는 기존 1억286만7125주에서 1억3736만7125주로 늘어난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을 회사 운영(1137억원)과 타법인 증권 취득(156억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신라젠이 재원을 확충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에 이번 유증자금까지 더해질 경우 당분간 자금 걱정 없이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라젠은 작년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236억원과 기타유동금융자산 257억원을 합해 즉시 동원 가능한 현금만 49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소송관련 공탁금 125억원을 제외하더라도 368억원에 가까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유동부채는 102억원으로 회사가 보유한 현금의 27.7%에 불과하다. 

곳간에 아직 여유가 있다 보니 시장에선 신라젠이 자본조달을 진행한다 해도 그 시기를 올 하반기 이후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해 6월까지 주식 공매도 금지기간인 점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유증을 진행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유증 진행기간에 공매도가 허용될 경우 여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리제네론과의 비즈니스 협상 불발 지적도 사실이 아니라는 회사 설명이다. 신라젠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성공적으로 종료한 펙사벡 1b/2a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파트너사 리제네론과 비즈니스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측 미팅 일정도 이미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라젠이 이번 자금조달로 향후 리제네론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신라젠이 경영진 구속과 거래정지로 자금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리제네론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임상 속도가 더뎌졌던 일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대주주가 바뀌고 자금이 수혈되면서 임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이번 자본조달이 완료되면 중장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회사의 가치가 이전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모든 임직원이 신약 개발 성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라젠은 작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항암제 'BAL0891'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요법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적응증 확장을 준비 중이다. 차세대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시리즈'와 관련해선 임상용 의약품 제조와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독성시험을 진행하는 등 임상 진입 및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위한 각종 기반자료를 확립해 나갈 예정이다. 회사는 또 기존 파이프라인 외에도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신규 물질 또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