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비만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역시 국내 ETF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관련 ETF 상품이 다시금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 비만치료제 TOP2 Plus' ETF는 4일 기준으로 순자산총액 554억원을 넘어섰다. 2월 14일 순자산총액 370억원대로 상장된지 12영업일만에 순자산총액이 200억원가량 증가했다.

KODEX 글로벌 비만치료제 TOP2 Plus ETF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장된 글로벌 비만치료제 관련 ETF 상품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바이킹테라퓨틱스 등을 비롯해 비만치료제에 관련된 기업 10곳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한다.

전체 지수 구성에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각 25%씩 담은 것이 특징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를 앞세워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94%를 달리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2023년 기준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에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제약사다.

이 ETF 상품은 2월28일부터 3월5일까지 일주일 기준으로 상승률 14.97%를 기록했다. 국내에 상장된 모든 ETF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만큼 글로벌 비만치료제를 향한 제약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김천흥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공급 충족을 위해 설비 투자를 빠르게 확장 중인데 공급량에 따라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며 "바이킹테라퓨틱스와 다른 강소 제약사인 질랜드파마도 긍정적인 중간 임상 결과를 내놓으면서 비만치료제를 확보하려는 대형 제약사의 기술 수입 등 관심도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비만재단 아틀라스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인구 81억명 중 10억명이 비만 인구로 분류된다. 골드만삭스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23년 60억달러(약 8조원)에서 2030년 1000억달러(약 136조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50%를 나타내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국내 자산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뿐만이 아니다. KB자산운용은 2월 27일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 ETF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월 29일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를 각각 상장했다.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 ETF는 전체 지수 구성에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투자 비중을 최대 56%까지 높인 점이 특징이다. 그밖에 주요 제약회사 5곳 및 비만 치료 관련 운동과 행동치료 기업인 룰루레몬에도 투자하고 있다.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에 각 28%씩 투자하는 상품으로 나왔다. 그 밖에 비만치료제 관련 매출이 있거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글로벌 상장 헬스케어 기업 8곳을 담았다.

글로벌 비만치료제뿐 아니라 바이오와 헬스케어 업종 ETF가 중장기적으로 다시 흥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와 헬스케어 업종은 성장주로 분류되는 만큼 고금리 시대엔 투자 기피처로 여겨진다. 반면 금리가 인하되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는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5일부터 3월 5일까지 전체 KRX 지수 가운데 'KRX 300 헬스케어'는 상승률 7.62%를, 'KRX 헬스케어'는 6.06%를 각각 기록했다. 전체 KRX 지수 가운데 KRX 300 헬스케어는 상승률 2위, KRX 헬스케어는 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바이오와 헬스케어 관련 ETF인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 ETF는 상승률 18.29%를 나타냈다.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 ETF는 상승률 15.52%를, 'KODEX 미국S&P 바이오(합성)' ETF는 14.58%를 각각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AI(인공지능)와 반도체가 가장 화두에 올랐다면 지금 관심을 가져볼 만한 분야는 바이오"라며 "바이오와 헬스케어가 최근 트이고 있는 만큼 그쪽에 관심이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