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HMM이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지 못한 가운데서도 흑자 성적표를 받아드는 데 성공했다. HMM은 코로나19 발발 전까지 수년간 적자를 이어오다 팬데믹 기간에 운임비가 오르면서 실적이 고공행진을 달렸다.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5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감소했다고 14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조4010억원으로 55% 줄었고, 순이익은 1조63억원으로 90% 감소했다.

단순 실적만 놓고 보면 HMM은 지난해 낙제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시절에 호재로 작용했던 수급 불균형이 정상화 되면서 자연스레 실적도 조정을 받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해운업은 팬데믹 시절(2020~2022년)에 운임비가 오르면서 특수를 누렸다. 이커머스 등 비대면 방식의 재화 소비가 늘면서 물동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해운 수요는 늘어난 반면 해운 공급은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늘면서 해운 적채 현상이 빚어지면서 운임비 상승을 부채질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수요가 둔화되고 공급은 정상화 되면서 운임비가 하락했다. 실제 지난 2022년에 평균 3410p(포인트)를 기록한 컨테이너 운임 종합지수(SCFI)는 지난해 1006p로 71% 하락했다. 지난해 HMM의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뒷걸음친 배경이다.

HMM의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호실적에 가깝다. HMM은 코로나19 발발 이전까지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번지기 직전인 2019년의 경우 영업손실 2997억원과 당기순손실 589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특수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흑자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HMM은 업황을 둘러싼 글로벌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국 경기회복은 지연되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홍해 이슈로 인한 수에즈운하 통항 제한과 지속적인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운하 통항수 제한 등 운임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HMM은 초대형선을 투입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HMM은 지난 2021년에 발주한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올해 인수할 예정이다. 이 경우 선복량이 총 100만TEU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HMM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이 극심했던 코로나19 시즌 때를 제외하고 보면 지난해 순이익은 역대 가장 큰 금액"이라며 "대형선 투입에 따른 원가 하락과 수익성 높은 화물 영업 강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시장 상황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