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수주잔고를 기록한 현대로템이 올해도 신규 수주를 확대하며 지속적인 외형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국군 K-2 전차 4차 양산 사업과 폴란드 2차 계약 체결을 기반으로 현대로템의 수주잔고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 통과 지연에 따른 방산 수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5873억원으로 13.4%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567억원으로 19.4% 감소했다.

작년 4분기 레일솔루션, 디펜스솔루션, 에코플랜트 등 전 사업부문의 매출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 특히 디펜스솔루션 부문에서 폴란드 수출 잔여 물량(1차 계약 총 180대 중 28대 인도 완료)의 진행률에 따라 매출 인식이 발생한 것이 주효했다. 

현대로템의 수주잔고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말 현대로템의 수주잔고는 총 17조5003억원으로 2022년말 13조890억원 대비 34% 가량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잔고다. 작년 매출액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5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놨다는 의미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레일솔루션 부문에서 5조30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가 이뤄졌다. 이에 4분기 말 기준 레일솔루션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11조4096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디펜스솔루션 부문에서 1조6000억원, 에코플랜트 부문에서 8000억원의 신규 수주를 따냈다.

업계는 올해도 현대로템의 수주잔고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디펜스 솔루션 부문에서 국군 K-2 4차 양산 사업과 폴란드 방산 수출 계약 체결을 기반으로 수주잔고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K-2 전차 국내 4차 계약은 올해 10월께 체결이 예상되고 있으며 사업비는 1조9400억원에 달한다. 현재 한국 육군은 노후화된 M48전차 대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폴란드 K-2 전차 매출 인식 방법이 변경되면서 4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며 "올해도 디펜스솔루션 부문을 중심으로 폴란드 K-2 전차 납품 규모가 확대되며 본격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국내 4차 계약 뿐만 아니라 폴란드 2차 계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2차 계약 체결 규모(820대)가 1차(180대)보다 훨씬 큰 만큼 해당 계약 성사 시 큰 폭의 성장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폴란드 2차 계약 체결에 앞서 수은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은법 개정안은 수출 금융 지원 한도를 기존 7조원에서 17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폴란드는 국내 방산기업과의 계약과 관련해 정부의 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로템과의 1차 계약 당시 수출 금융지원 한도인 7조원을 꽉 채운 상태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4월 총선이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2월 국회가 수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무기를 수출하려면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 한도를 늘려야 하는데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