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KB금융그룹이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지만, 시장 추정치로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약 4500억원 차이로 따돌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KB금융은 2022년 신한금융에 뺏겼던 리딩금융 왕좌를 재탈환하게 된다. 

다만 홍콩H지수 ELS 손실과 관련한 충당금을 언제 쌓는지 변수다. 증권가 전망치는 ELS 충당금 이슈를 배제했지만 선제적으로 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일회성 요인으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 이슈가 있는 은행권에서 작년 4분기 실적에 ELS 관련 충당금까지 계상할 수 있어서다.

반면 올해 충당금 적립이 이뤄질 경우 판매액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은 신한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3년 연간 기준 KB금융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4조845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에 비해 10.3% 늘어난 수준으로, 지난해 금융당국의 손실흡수능력 제고 압박 속에서 대규모 충당금 적립 이슈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지난해 여타 금융지주들이 전반적으로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홀로 성장세를 나타내며 강한 이익체력을 자랑했다. 이자이익은 물론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과 전사적 비용관리 노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특히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타 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이자이익 규모에 타격을 입은 반면 홀로 상승세를 나타내며 은행‧비은행이 고루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10월 이후 고금리로 예치됐던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권 수신경쟁이 조달비용을 높였지만, KB국민은행은 저원가성 요구불예금으로 조달비용을 낮추면서 NIM을 방어한 것이다. 

다만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KB금융의 연간 순이익 규모가 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4분기 3000억원대 상생금융 비용을 비롯해 담보대출 LGD(부도 시 손실률) 상향에 따른 추가 충당금과 부동산PF 및 대체투자 관련 충당금 등 다양한 이슈로 인한 일회성 비용 요인이 발생하면서 순익 5조원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예상 지배주주 순이익은 4조3923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정치로 비교하면 KB금융과 약 4500억원 모자란 수준이다. 지난해 투자상품 관련 손실 등 영업외 항목에서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홍콩H지수 ELS 투자자 손실 관련 충당금도 4분기 실적에 선제적으로 쌓을지 여부다. 증권가 전망에선 이익 전망에 홍콩H지수 ELS 관련 불확실성을 반영하지 않았는데 관련 ELS 판매액에서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충당금도 타행 대비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ELS와 관련해 아직 판매사의 귀책사유, 배상 여부 등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비용 부담은 부재하다"며 "다만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점은 불편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데다 보상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나지 않은 시기라 당국의 판단을 확인한 후 충당금을 쌓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