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언론사 및 출판사와 콘텐츠 이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통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이 주도하는 생성형 AI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방침이다.

26일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뉴스 콘텐츠를 통한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주요 언론사 및 출판사에 최소 5000만달러(약 651억 원) 규모의 다년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잡지 '보그' 'GQ' 등을 발행하는 콘데 나스트, '피플지' 등을 보유한 IAC그룹, 미 지상파 방송국 NBC 뉴스 등이 협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NYT는 이번 협상 소식과 관련해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구글 등 생성형 AI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한 개발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갔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방대한 학습 자료를 바탕으로 복잡한 언어 패턴과 의미를 학습하고, 다양한 추론 작업을 통해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질적으로 검증된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학습했느냐에 따라 생성형 AI 경쟁력이 판가름 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뉴스 콘텐츠나 출판물 등 언어 데이터는 생성형 AI 개발 및 학습에 효율적인 수단으로 여겨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고 해서 100%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잘못된 정보를 학습할 경우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시간이 지날수록 AI가 제공하는 답변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드리프트' 현상 ▲개인정보 침해 및 중요기밀 누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등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개발사들은 생성형 AI의 답변을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 개발사들은 그동안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 등을 저작권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이 같은 논란 해소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오픈AI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을 발행하는 다국적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어와 뉴스 콘텐츠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AP통신사, 아메리칸 저널리즘 프로젝트 등과 계약을 맺으며 뉴스 콘텐츠 '제값 주기'에 적극 나섰다. 

관련 업계는 오픈AI에 이어 애플까지 뉴스 콘텐츠 이용 협상에 나서면서 AI 개발사와 언론사 간의 유의미한 파트너십이 성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AI의 콘텐츠 무단 학습에 대한 규제와 합의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에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네이버는 AI 개발에 언론사들이 소유한 뉴스 데이터를 무단 사용했고, 이는 계약 위반"이라며 네이버의 뉴스 저작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39개 지상파 방송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방송협회도 지난달 국내외 빅테크 기업에 회원사 저작물에 대한 'AI 학습 이용 여부 확인 요청과 학습 이용 관련 요구사항 의견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