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한때 4000억원 넘는 몸값을 인정받았던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 어반베이스가 존폐기로에 섰다.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성장잠재력을 믿고 누적 250억원을 베팅한 국내 대기업들과 재무적투자자(FI)들의 손실이 우려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반베이스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생절차 신청을 비롯한 주요 안건들을 상정했다. 이날 다룬 안건은 ▲정관 일부 변경 ▲실내건축 공사업 중단 ▲법인회생 신청 등 3건이다.

어반베이스는 우선 정관 변경을 통해 등기이사 수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변경 전 '3인 이상 7인 이내'였던 이사 수를 '1인 이상'으로 축소했다.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함으로써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두 번째 안건으로는 '실내건축 공사업 중단', 마지막 안건으로는 '법인회생 신청'을 다뤘다. 주요 사업 실적과 이를 둘러싼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영향이 컸다는 게 어반베이스 투자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어반베이스는 2014년 설립된 3D 공간데이터 전문기업이다. 2D 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하는 모델링 기술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토대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특히 공간 배치를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장점 덕분에 가구·인테리어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국내 유수 대기업들도 전략적투자자(SI)로 합류했다. 우미건설, 신세계아이앤씨,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이 조력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1년 8월 130억원을 투자하며 어반베이스의 기업가치를 약 4000억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반베이스는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진 못했다. 지난 3년간(2020~2022년) 연평균 15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작년 기준 영업손실은 82억원으로 전년(2021년·24억원) 대비 적자폭이 3.5배가량 확대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년 전부터 추진해온 코스닥 기술특례상장도 답보 상태다. 어반베이스는 당시 하나금융투자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증시 입성을 노크했다. 상장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노렸던 FI 입장에선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이곳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은 CKD창업투자, 삼성벤처투자, 브리즈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어반베이스 관계자는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시장 상황 탓에 회생절차 신청을 추진 중인 건 맞지만,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성장했고 적자폭은 축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