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전력반도체 시장 성장을 이끌 산업 분야로 '데이터센터'가 꼽혔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성장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전력 공급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력반도체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칼럼 미들턴 옴디아 선임 연구원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열린 '제6회 파워반도체-파워코리아 포럼'에서 '전기화 혁명이 일으킨 전력반도체 성장-AI도 혜택을 볼까?(The electrification revolution sparked a fire in power semiconductors - will AI feel the benefit?)'를 주제로 발표했다.

미들턴 연구원은 "전력반도체가 AI와 데이터센터에 미친 영향은 전기차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강력한 성장을 앞두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전력반도체 채용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력반도체란 배터리 등에서 공급되는 전력을 직·교류로 변환하거나 분배·제어하는 반도체다. 최근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 소재 반도체가 전력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규소(Si·실리콘) 소재 반도체보다 고온·고전압·고주파 환경에서 잘 구동되기 때문이다. 화합물 전력반도체 소자를 적용한 제품이 기존 실리콘 대비 부피, 무게도 줄일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진다.

이와 같은 특징 덕분에 화합물 전력반도체는 모빌리티 등 산업용 수요가 높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반도체의 61.7%가 산업용 및 모빌리티용으로 탑재됐다. 일반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등 저장장치(29.9%), 무선통신(28.9%) 분야에서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미들턴 연구원은 "전력반도체가 전기차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는 점에서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며 "많은 국가가 자국에서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는 고성능 전력 시스템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준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전체 1.2%에 불과하다. AI의 성장으로 상당한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에너지와 비용 절감을 위해 전원 공급 장치와 관련된 전력반도체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독일 전력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원공급장치(PSU) 소재를 실리콘에서 GaN으로 바꾸면 에너지 사용량을 10%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성능뿐만 아니라 비용 문제를 감안했을 때 데이터센터에서의 화합물반도체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옴디아의 관측이다.

미들턴 연구원은 "현재 데이터센터에서는 화합물반도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원공급장치를 바꾸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솔루션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신뢰성 문제는 점진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제6회 파워반도체-파워코리아 포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을 비롯해 제엠제코, 시지트로닉스, 파워큐브세미 등 산·연·관 관계자들이 참여해 화합물 전력반도체 기술개발 사업 추진 방향 및 동향, 연구 결과 등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