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17일 현대자동차그룹이 단행한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안정과 성과주의 등이 꼽히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 그룹사 2곳의 대표만 교체하는 선에서 인사가 마무리됐고 임기 만료를 앞둔 CEO 다수가 유임됐다.

이를 두고 재계는 주력계열사 CEO가 임기 내 실적 성장을 이끌었고 그룹 차원의 신사업 준비에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인사로 유임이 확정된 현대차그룹 상장사 대표이사는 총 7명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비롯해 ▲이동석 현대차 부사장 ▲최준영 기아 부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사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오너일가인 정일선 사장을 제외한 전문경영인 6인은 정 회장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단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재임 기간 실적 향상에 따른 성과주의 인사 원칙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간판인 현대차는 올 3분기 만에 사상 최초로 연간 10조원대 영업이익(11조6524억원)을 기록했다. 기아 또한 연간 기준 역대 최고액인 9조14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제네시스, 그랜저, 쏘렌토, 스포티지 등 주력 내연기관 차량이 국내외서 인기를 이어갔고 글로벌 경쟁사들과 달리 전동화분야에서도 이익을 낸 점이 주효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기아 사장단은 회사 이익률 제고에 적잖은 역할을 해 왔다. 장재훈 사장은 고급차 라인인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확대에 더해 '아이오닉'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이는 등 현대차의 전동화 전환도 담당하고 있다. 이어 양사의 국내 생산 담당이자 CSO(최고안전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동석 현대차 부사장, 최준영 기아 부사장은 안전경영·생산실적 증대를 이끌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유임된 계열사 사장들 또한 실적·미래사업 등의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0억원대 영업이익 돌파를 목전에 둔 가운데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사업을 본격화한 점을 인정받았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사장의 경우 현대차·기아향 자동차 SW 기능향상 등을 통해 완성차의 판매단가(ASP) 향상에 기여했다. 이와 함께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국내 대규모 정비사업 수주 뿐 아니라 네옴러닝터널, 소형모듈원전 등 해외 재진출로 4년치 일감을 확보하는 수완을 보였다.

한편 재계는 2년간 그룹 대표이사 인사가 각각 1명, 2명에 그치는 등 정 회장이 '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내달 예정된 임원인사 규모 또한 축소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 하반기 임원인사규모는 2021년 사상 최고치인 203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76명으로 13.3% 줄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사에 대해 "조직운영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며 "이번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이어 내달 정기 임원 인사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사업 전환에 필요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리더 육성 및 발탁 등 과감한 인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