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부문이 3분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덕에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다. 당초 태양광 모듈판매 감소로 적자전환이 불가피했으나 IRA 수혜로 34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이다. 향후 북미의 경우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 구축으로 IRA 보조금 확대가 기대되는 가운데 정작 국내 시장은 침체가 지속되고 중국산 제품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판IRA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3분기 매출 1조2799억원, 영업이익 3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82.4% 감소했다. 이번 실적 부진은 태양광 모듈 판매량 감소와 판매마진이 축소된 탓이다. 

3분기 영업이익에는 IRA 세액공제 예상금액 350억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분기 적자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줄곧 흑자를 내다가 올해 3분기 적자전환한 셈이다. 

4분기는 북미 모듈 판매량 증가, 스프레드 개선과 함께 발전자산 개발 및 설계·구매·시공(EPC) 매출만 1조원을 웃돌 것이라며 실적개선을 예고했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 달튼공장과 가터스빌 공장을 중심으로 한 북미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에 공들이고 있다. 내년 말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면 북미내 모듈 생산능력은 8.4기가와트(GW)로 늘어난다. 회사는 북미에 대규모 태양광 생산단지를 구축해 IRA 수혜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태양광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미국 태양광 설치 전망치는 당초 24GW에서 30GW로 상향됐다. 

문제는 위축되고 있는 국내 시장이다. 2020년 5.5GW로 정점을 찍었던 국내 태양광 시장은 올해 2GW 안팎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태양광 시장은 침체 국면에 빠진 것이다. 아직 한화솔루션의 3분기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내수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국내 태양광 시장 성장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그나마 안정적 수익을 내던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도 위기를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월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을 위해 고정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FIT) 제도 종료를 결정했다. 이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정부가 20년간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는 제도였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도 버겁다. 국산 모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탓에 중국산 모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세액공제 등이 담긴 한국판 IRA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단순히 매출 감소를 넘어 산업 생태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며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육성할 한국판 IRA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