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도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전수조사와 강경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상장사들은 무차입 공매도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경우 무상증자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만큼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하고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관련 불법 공매도를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이 글로벌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혐의를 적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불법 공매도란 주식을 빌리기로 계약만 하고 입고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 등을 이른다.

불법 공매도는 상장사와 소액주주 입장에서 비난의 대상이었다. 주가가 내리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기 때문에 주가 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차입 공매도의 경우 같은 주식을 여러 주체가 매도하는 것도 가능해 주가의 과도한 하방압력으로 반영된다.

상장사 입장에서 불법 공매도로 추정되는 매도세가 강하게 유입된다고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은 전무하다. 불법 공매도는 해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이뤄지기 때문에 이상 매물이 출회해도 불법 공매도를 의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공매도 의심 징후가 발생할 경우 상장사의 전형적인 대응 전략은 '무상증자'다. 무상증자는 신주를 일정 비율로 발행해 기존 주주들에게 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무상증자분 신주는 주식을 실제 보유 주체에게 입고된다. 해당 주식을 실제로 빌리지 않고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 중이라면 신주 물량 만큼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자금부담이 커지는 만큼 공매도 세력 입장에서는 불안해소를 위해 일부 주식을 상환하는 경우가 많다. 

무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유통주식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시행된다. 주식 유동성 외에도 공매도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시스템 문제가 가장 크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 당국이 무차입 공매도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시스템상으로는 얼마든지 주식 입고 없는 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올해 적발한 불법 공매도 사례 9건 중 과징금이 가장 높은(38억여원) ESK도 이런 경우다. ESK는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이 입고되지도 않았는데 입고된 것처럼 주식을 내다팔았다. ESK는 자사직원의 과실이라고 인정했다. 금감원에 적발된 나머지 8곳 역시 착오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도와 별개로 없는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상장사가 무차입 공매도에 대응하는 교과서적 방안"이라며 "없는 주식을 전산입력만으로 매도 가능하다는 게 문제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무상증자가 무차입 공매도를 막는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