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KT가 차기 대표이사(CEO)를 뽑는 경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했다. 공개 모집 20명, 주주추천 1명, 외부 전문기관 추천 6명 등 27명의 사외 후보자들이 KT 수장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KT는 구체적인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투명한 인선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깜깜이 심사'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KT는 지난 4일부터 12일 오후 6시까지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을 진행한 결과 총 20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0.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1명, 외부 전문기관이 6명의 후보자를 각각 추천했다.

총 27명의 사외 후보자들이 KT CEO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KT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지난 2월 후보에 지원했던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권은희·김성태 전 국회의원,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최두환 전 포스코ICT 대표,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부문장(사장) 등이다. 

새로운 이름도 들린다. 차상균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이기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채종진 전 BC카드 사장,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배순민 KT융합기술원 소장(상무) 등이 언급되고 있다. 

KT는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사내 후보군도 다수 도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심사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후보에 참여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박 사장은 선임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KT 경영안정화에 전념한다"고 전했다. 

KT는 올해 들어 두 차례나 대표이사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수개월간 경영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앞서 CEO 후보로 선정됐던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은 정부와 여당의 '이권 카르텔' 비판에 자진 사퇴했다. 

또다시 CEO 후보 선발에 나선 KT는 기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상설 위원회로 전환하는 등 대표이사 후보 심사의 공정성 확보에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깜깜이 심사'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KT는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지식과 경험'을 빼고 '산업 전문성'을 추가해 낙하산 논란을 키웠다. 통신 비전문가도 KT 대표이사에 내정되는 길을 열어주면서 정치권 인사 영입을 위한 물밑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의 객관성 강화를 위해 ▲기업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인선자문단은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에 대해 서류 평가 의견을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하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참고해 대표이사 후보를 압축할 계획이다. 

KT는 이번에 구성된 대표이사 후보군에 대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8월 첫째주 최종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해당 후보는 8월말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