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에이엘티(ALT)가 증시 입성을 향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첫 관문인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예심) 통과를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숙원 사업인 기업공개(IPO)와 함께 재무적투자자(FI)가 만족할만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엘티는 최근 천병태·이덕형 공동대표에서 이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스테코를 이끈 인물로 지난해 3월 회사에 합류했으며 앞으로 전문경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경영에서 물러나는 천 전 대표는 회사 지분 21.7%를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에이엘티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사업 성장과 함께 현재 추진 중인 코스닥 입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반도체 전공정에 속하는 파운드리·팹리스 업체 등에서 의뢰하는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사업을 영위한다.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 2021년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예심을 청구했으나 심사가 길어지자 이듬해 3월 자진 철회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의 대규모 횡령 사건으로 기업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예심 청구 기업에 관련 시스템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엘티는 예심 청구 직전 코스닥 상장사 표준 정관을 도입하고 이사회 구성(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1인)을 정비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했지만, 거래소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에이엘티 관계자는 "지난해 예심 청구 당시 여러 상장사에서 배임·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심사가 길어지고 내부적으로도 보완할 게 있어 철회를 결정했다"며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보완사항의 일부"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이엘티의 예심 통과를 낙관하면서도 회사와 FI 모두 만족할 만한 몸값을 인정받을지 시선을 모은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500억~2000억원 수준이다. 에이엘티는 예심에서 상장 예정 주식 수 848만9671주, 공모 주식 수는 90만주를 제시했다. 장외시장에서 주당 1만9750원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에이엘티가 장외시장 거래가격 수준의 몸값만 인정받아도 FI들은 2~3배의 지분 차익이 기대된다. 어니스트벤처스와 DA벨류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결성한 '디에이밸류-어니스트신기술투자조합제1호'로 140억원 규모 에이엘티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2021년 해당 CB 가운데 130억원은 보통주로 전환(152만9411주)했고 10억원은 현금 상환받았다.

디에이밸류-어니스트신기술투자조합제1호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주식 95만6911주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보통주 전환 직후 일부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역시 40억원 규모 CB(주당 전환가 8500원, 발행가능 주식 47만588주)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주 전환에 따른 지분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에이엘티와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예심 통과를 위해 거래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관련 사항을 준비하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예상되는 기업가치도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수준이어서 큰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증시 입성은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