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百그룹의 '명분' 확인한 공개매수
청약 중간에 현대백화점 참여…결국 오너를 위한 행보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0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 사옥. (제공=현대백화점그룹)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당연히 현대백화점은 참여하죠. 이 정도는 예측을 해야 주식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않을까요"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의 공개매수를 두고 모기업 A직원과 나눴던 대화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달 3일 현대홈쇼핑 지분 25%(300만주)의 공개매수에 나섰다. 당시만 하더라도 일반주주들에게 주식 매각의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특히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자회사인 현대백화점도 15.8%(189만6500주)의 현대홈쇼핑 지분을 들고 있었지만 해당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였던 터라 주주환원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같은 달 17일 현대백화점이 공개매수에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꼈다. 이후 24일 일반주주와 현대백화점은 안분비례에 따라 청약 주식의 53.5%씩만을 매도하며 끝났다. 이를 통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 지분율을 50.01%로 끌어올려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요건(상장사 지분 30%)을 충족했다.


A직원의 말처럼 시장에선 현대백화점의 참여는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이 블록딜로 주식을 주고받을 경우 양 사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고, 통상적으로 블록딜이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향후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도 지주사 관련 규제 가운데 자회사간에 지분을 보유할 수 없는 규제도 해소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주식매입을 통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다양한 이점을 손에 쥐었다. 먼저 두둑한 배당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홈쇼핑이 올해부터 3년 동안 개별기준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배당에 쓸 계획인 터라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수령하는 배당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홈쇼핑이 사양산업으로 인식이 변화됐지만 여전히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 배당금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보유 지분이 50%를 웃도는 만큼 배당수익에 대한 익금불산입률(비과세율) 100%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대홈쇼핑→현대지에프홀딩스→오너일가로 향하는 배당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도 652억원의 주식매각 대금을 거뒀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백화점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로 말이다. 총차입금이 2조8000억원을 웃돌고, 연간 이자비용이 908억원인 현대백화점 입장에선 달콤했을 터다.


이처럼 현대백화점그룹이 '방긋' 웃었던 반면 현대홈쇼핑 주식을 털고 나오고자 했던 일반주주만 '울상'이 됐다. 공개매수에 참여한 일반주주 주식이 370만8102주로, 지난해 말 현대홈쇼핑 소액주주가 보유했던 물량(367만5414주)을 넘어선 점이 이를 방증하는 듯하다. 현대백화점이 들고 있던 현대홈쇼핑 지분보다도 2배 가량 많은 수치다.


현대백화점 이사회에서 검토를 통해 결정했다는 게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입장이다. 그러나 그룹 지주사로서 몰랐을까. 명분은 좋았지만 결국 오너를 위한 행보였다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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