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2000억+α’ 베팅에도 무산된 마켓컬리 인수
컬리·카카오 “협의 조차 없었다” 입장…신주 50%이상 인수 검토


[딜사이트 김세연 기자] 식품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로 알려진 컬리(옛 더파마스)의 매각 여부를 둘러싸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 2000억원 이상을 베팅했던 카카오가 최종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카카오와 컬리는 공식적으로 협의조차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일부 언론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컬리에 대한 지분투자 등을 포함한 인수 추진 검토를 백지화했다. 컬리의 기업가치가 최초 인수를 검토한 당시보다 높아졌고 지분 구조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인수 협의가 진행된 사실도 없다”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카카오의 컬리 인수 추진설이 처음 불거졌던 지난해 11월과 같은 입장이다. 당시에도 컬리와 카카오는 공식 성명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못박았다.


컬리와 카카오가 인수 추진 부인에도 IB업계에서는 인수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사간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졌기 때문이다.


2015년 본격 서비스에 나선 컬리는 국내 신선식품 배송분야에서 단번에 두각을 보였다. 각종 신선제품은 물론 백화점과 주요 맛집의 식재료 및 상품을 직거래로 당일 배송하며 푸드테크 시장내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 진입도 예고했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가 요구되는 산업 특성상 관련분야 진출을 꾀하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커머스 사업분야의 확대에 나선 카카오로 흡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컬리의 투자후 기업가치를 4000억원 이상으로 설정하고 유상증자 참여로 신주를 50%이상의 경영권 지분(신주)을 확보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컬리의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구주에 대해서는 동일한 지분 가치로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예상밖의 조건을 제시하며 협의를 진행했지만 컬리 입장에서 지난해 조달했던 670억원가량의 유동성이 여전한데다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더욱 높아진 이후가 매각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인수에 앞서 세콰이어 등 기존 투자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컬리는 지난해 시리즈 C단계 투자유치에 나서며 미국계 벤처캐피탈 세콰이어, 트랜스링크캐피탈을 비롯해 세마트랜스링크, SK네트웍스, 지엔텍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 UTC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캡스톤파트너스 등을 대상으로 67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당시 평가한 투자후 기업가치는 2070억원 가량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