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책임준공 잠재 손실규모 3.8조"
나이스신평 "우발채무 현실화시 유동성 위기 우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8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육성훈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이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의 책임준공 약정에 따른 잠재 손실규모가 3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그 규모는 주요 건설사 자본규모의 12.4%에 달하는 수준이다. 잠재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주요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2024 크레딧 세미나'를 개최하고 주요 건설사의 책임준공약정에 따른 신용 리스크를 점검하고 이 같이 진단했다. 육성훈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건설사 책임준공 의무, 가중되고 있는 책임의 무게'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나신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건설사 11곳의 별도 기준 책임준공약정 금액은 61조원이다. 주요 건설사 11곳은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KCC건설 ▲SK에코플랜트 ▲코오롱글로벌 ▲HL디앤아이한라 등이다.


책임준공약정은 시공사가 공사기간 내에 건축물을 준공하는 의무를 강제하는 제도다. 시공사는 책임준공기한을 준수하지 못할 시 금융기관이 상환하지 못하는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최근 공사비‧금리 등이 상승하면서 공정 지연이 심화되면서 책임준공기한 미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주택건설 착공전환율은 40.1% 정도였다.


육 연구원은 책임준공의무에 따른 건설사가 지닌 리스크를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눠 분석했다. 우선 책임준공의무 이행을 위해 자금을 선투입하는 경우다. 특히 분양률이 낮을 경우 자금회수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사업장에서의 운전자금 증가로 주요 건설사의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순차입금의존도가 상승했다.


심지어 분양률이 100%에 달해도 채무인수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신세계건설이 준공한 대구 주상복합현장의 경우 분양률이 100%임에도 대주단이 책임준공 미이행을 사유로 신세계건설에 채무인수를 요구했다. 육 연구원은 "부동산 불황 시기에 하루 빨리 대출 원리금을 회수하려는 니즈가 반영된 사례"라고 진단했다.


나신평은 주요 건설사의 개별 책임준공 현장을 공정률과 사업성 등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국내 건설도급 사업장의 32.2%가 현재 나신평의 가정한 '공정지연' 영역에 위치했다.


이중 사업성이 낮은 분야는 지방 주택시장과 상업용부동산가 지목됐다. 지방 주택시장은 미분양물량이 수도권 대비 과도한 수준이며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상가 등 상업용부동산은 과잉공급 및 금리상승으로 수익성이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나신평은 책임준공약정에 따른 주요 건설사의 잠재 손실규모를 3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사업성이 낮고 공정이 지연된 사업장 ▲사업성이 낮지만 공정은 양호한 사업장 등 두 가지 가정 상황에서의 잠재 손실 규모를 합산한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우발채무 현실화로 인한 9000억원 손실, 공사대금미회수로 인한 1조4000억원 손실이 생긴다. 후자의 경우는 공사대금미회수로 1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책임준공약정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 비중은 9.0%로 주요 건설사는 책임준공약정으로 인한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부채비율은 168.1%에서 192%로, 순차입금의존도는 11.9%에서 17.3%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건설사의 직접 PF보증 위험군 금액은 6조3000억원, 책임준공 관련 잠재손실 규모는 3조8000억원이다. 이를 합하면 10조가 넘는다. 책임준공 손실규모를 감안했을 때 PF 잠재손실 규모는 자본총계의 33%, 현금성자산의 93.3% 수준이다.


육 연구원은 과도한 PF 우발채무가 우려된다면 재무부담이 과중한 건설사로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HLD&I한라 등을 꼽았다. 다만 이들은 최근 계열사의 재무 지원을 통해 유동성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롯데건설의 경우 연초 계열사의 지원과 함께 PF차원 펀드 조성했고 올해 1조원 이상의 브릿지론의 본 PF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며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최근 지주사의 신용보강을 통한 자금 조달이 있었고, 5000억원 정도의 브릿지론을 본 PF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HLD&I한라도 마찬가지로 최근 지주사의 연대 책임준공 보증이 있었고 주요 브리지론 현장에 대해서 본 PF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PF로 인한 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이 심각해지다 보니 계열의 지원 여력을 포함한 재무 여력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는 분석했다.


육 연구원은 "앞으로 이 같은 재무 여력 확보 가능성을 건설사의 주요 검토요인을 삼는 한편 주요 책임준공 현장에 대해서는 사업성과 공정률 수준을 면밀히 검토해 신용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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