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성공한 서울보증보험늦어지는 경제 회복…수익률 부진 장기화 우려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첫날 이후 주가를 공모가 이상으로 유지하며 예상보다 무난한 출발을 기록했다. 오는 4월 초로 예정된 배당에서 2000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약속한 것이 주가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초반 주가 흐름과 달리 올해 실적과 관련해선 의문 부호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 회복이 더뎌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서울보증보험의 실적 회복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에서 인식하는 수익 비중이 작아 국내 경기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OECD·한은 "국내 경제성장률 부진할 것"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사명에서도 드러나듯 채무자인 고객의 신용을 보증보험사업자가 보증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고객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게 되면 고객의 채무를 보증보험이 대신 상환해 준다.
이러한 구조 탓에 경기가 나빠질수록 서울보증보험의 수익성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고객사 대부분이 제조기업으로 구성된 만큼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이 침체되면 보증보험의 손해율도 함께 올라간다"며 "지난해까지의 수익성 감소 역시 경기침체의 영향이지만 국내 손해보험사 대비 이익률은 압도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보증보험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2조397억원으로 전년동기(1조9778억원) 대비 3.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21억원에서 1691억원, 당기순이익은 2648억원에서 1305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하락했다. 2023년 17.4%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10.7%로 6.7%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11개 손해보험사 평균 영업이익률인 5.3%와 비교하면 준수한 수준이지만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실적 개선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7일 내놓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1.5%로 3개월 전이었던 지난해 말 2.1%에서 무려 0.6%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미국발 관세전쟁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은 G20 국가 3위에 해당하는 하락폭이다.
한국은행도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내년까지 1%대 성장률 기록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관세전쟁을 악영향을 '기본'으로 설정했을 때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1.5%, 1.8%다.
미국이 관세장벽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1.6, 내년은 2.1%로 회복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부정적 시나리오'에서 내년까지의 성장률은 기본 대비 하향된 1.4%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OECD와 한국은행의 최근 경제성장 전망은 서울보증보험이 증권신고서에 인용했던 경제성장률 전망 대비 하향된 수치다. 신고서 제출 당시 인용한 한국은행의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은 올해 상반기 1.4%, 하반기 2.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1.6%)를 하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서울보증보험의 실적 회복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해외영업수익 비중 4.7%…뉴욕 사무소 철수
국내 경제 변동성 탓에 안정적 수익을 내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1조5000억원이 넘는 서울보증보험의 보험영업수익 중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로 제한적이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사업을 확대 중이지만 국내 경기변동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뉴욕 대표사무소가 철수하는 등 해외사업 축소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서울보증보험의 작년 3분기 해외 보험영업수익은 744억원으로 전년동기(852억원) 대비 12.6% 감소했다. 전체 보험영업수익 1조5702억원 중 4.7%에 불과하다.
서울보증보험은 2007년 베트남 하노이 대표사무소를 시작으로 ▲2008년 중국 베이징 대표사무소 ▲2021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표사무소 ▲2022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법인 등을 개설하며 해외사업을 확대 중이다.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의 경우 2014년 베트남 보험업법상 보증보험 운영 근거 마련을 통해 하노이 지점으로 전환했다. 현재 19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고 그중 현지 직원이 15명이다. 지난해 말 가결산 기준 수입보험료는 32억원, 투자영업이익으로 26억원을 인식했다.
하지만 베트남법인을 제외한 타 사업장은 수익 인식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두바이법인은 지난해 말 13억원의 영업수익을 인식했지만 영입이익은 3억원에 불과했고 중국과 인도네시아 사무소의 수익 인식은 요원한 상황이다.
해외사업 매출이 아직 저조한 상황에서 2012년 진출했던 뉴욕 대표사무소는 지난해 5월 폐쇄를 결정했다. 시장정보 수집,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미국 내 사무소 유지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게 서울보증보험의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산업 자체가 규제산업에 속하는 만큼 해외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이 AGCIA를 출범시키는 등 해외 보증보험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규제산업 특성상 성장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보증보험은 현재까지 확보한 11개국 20개사의 회원사를 중심으로 해외영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24개 은행, 125개국 네트워크를 확보했으며, 현재 신규로 8개 은행(중동, 루마니아, 폴란드 등)과 거래를 협의하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