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리밸런싱
'구광모 믿을맨'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장기집권 운명은
①수처리 필터사업 1.4조 처분, 여수 NCC 2공장 매각 등 사업조정 완수 여부 주목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14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에틸렌을 비롯한 중국의 기초화학 제품 자급률은 100%에 근접했고 중국으로 가는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30년까지 불황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이 통폐합을 검토하면서 생존을 위한 기업간 이합집산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사업의 통폐합을 고민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불안감 탓이다. 딜사이트는 리밸런싱을 둘러싼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경영 현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제공=LG화학)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LG화학이 비핵심으로 분류된 수처리 필터사업을 매각한 가운데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행 중인 여수 NCC 2공장, 에스테틱 사업 매각 등을 매듭지어야 리밸런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첫 외부 CEO로 발탁돼 장기 재직 중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운명도 리밸런싱 성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석유화학 불황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위기를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수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글랜우드PE에 수처리 필터사업을 1조4000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부문 매출의 경우 지난해 기준 2220억원으로 연결기준 LG화학 매출액의 0.45%에 불과하다. 석유화학 사업부문 장기 침체에 대비한 구조조정이자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LG화학은 매각 대금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쓰고 배터리, 친환경 소재, 신약을 비롯한 3대 신성장 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는 연말쯤 회사 재무상태는 소폭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관계자는 "4분기 매각 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의 리밸런싱과 맞물려 수장인 신학철 부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그룹 회장 취임 당시 외부에서 처음 영입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LG화학의 첫 외부 출신 대표다. 1957년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신 부회장은 3M에서 평사원으로 입사해 수석부회장까지 지냈다. 구 회장이 선임된 2018년 11월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올해는 취임 8년차다.


신 부회장은 재임 중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마무리된 2022년 초 연임에 성공했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로 탄생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주사 디스카운트, 쪼개기 상장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3연임에 성공했다. 전지소재, 친화경,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에서만 2030년 40조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LG화학 포트폴리오 전환을 이끌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 사업부문을 보면 신 부회장의 자신감이 지금 시점에서 패착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이달 기준 338만톤(t)으로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2021년 NCC 증설에 나섰을 때에도 시장에서 과잉공급 우려는 있었다. 석유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사들도 석유화학 사업 진출을 통한 수직계열화로 공급량은 더 증가해왔다.


LG화학은 2021년 여수공장 NCC 생산능력을 기존 120만톤에서 80만톤 늘렸다. 2020년까지 여수·대산공장 합산 250만톤의 생산능력은 2021년 330만톤으로 급증했다. 신 부회장은 과잉공급 우려를 인식했으나 자체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을 위한 증설로 판단해 생산능력 확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NCC 설비 증설은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부진에 빠진 원인이 됐다. 해당 사업부문의 2023년과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각각 1435억원, 1358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560억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여년 쯤에도 NCC 과잉공급에 관한 우려는 있었다"며 "코로나19 이후 NCC 설비투자에 나섰던 기업들이 지금 구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 앞에는 여수 NCC 2공장, 에스테틱 사업 매각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보장된 임기는 내후년까지이지만 리밸런싱 성과에 따라 거취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8년 동안 장기 재직하며 성과를 냈던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도 임기 막판 실적 부진 속에 용퇴를 결정한 사례도 있다.


LG화학의 리밸런싱 진척 상황은 더딘 편이다. 여수 NCC 2공장의 경우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KPC의 자회사 PIC와 지분 매각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장기화되고 양상이다. 처음 언론에 보도된 2023년 7월 이후 2년이 흘렀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격 차이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것"이라며 "PIC 쪽에서는 지분 투자에 따른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 쪽에서는 에틸렌 생산능력 확장을 추진해왔는데 손해를 보고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스테틱 사업부문의 경우 LG화학은 매각가 5000억원 안팎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한 상황에서 해당 사업의 매각을 마무리해야 신 부회장의 어깨도 가벼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과 중동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LG화학의 여수 2공장 매각은 PIC 쪽과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으로 안다"며 "지분 투자를 받아 합작사가 될 경우 LG화학 쪽에서는 수요처를 확보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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