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맴도는 회사채 금리…대기업 자금조달 '분주'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 회사채 강세 '뚜렷'…한화에어로스페이스·LGU+ 등 발행 채비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08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추이.(자료=금융투자협회)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우량등급 회사채(3년물 기준) 금리가 연일 3%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일부 AA0 등급 회사채 발행금리가 5%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발행여건이 대폭 개선된 모습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낮아진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앞다퉈 내년 초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통상 연초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집행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기업들을 회사채 시장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 AA- 3년물 금리는 이달 26일 최종호가수익률 기준 3.962%를 기록, 직전 거래일(3.972%) 대비 1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이달 20일 3.975%로 낮아진 이후 4거래일 연속 4%를 밑돌고 있다.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여파로 같은 달 3.9% 수준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줄곧 4%를 웃돌았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던 지난 10월에는 우리나라 채권시장 전반의 금리도 덩달아 치솟으면서 회사채 금리가 4.9%를 웃돌기도 했다. 이후 11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회사채를 포함한 국내 채권 금리의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추세다.


AA- 등급 회사채 금리가 4%를 밑돈다는 것은 AAA·AA+·AA0·AA- 등 AA급 이상 우량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부분 3%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 최상위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SK텔레콤조차 지난 10월 회사채 발행 당시 ▲3년물 4.543% ▲5년물 4.681% ▲7년물 4,720% ▲10년물 4.719% 등 모든 만기에서 4% 중후반대 금리가 확정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같은 달 한국투자증권(AA0)과 연합자산관리(AA0) 등 우량등급 발행사들도 3년물 기준 공모채 발행금리가 5%를 웃돈 바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예상보다 도비시(Dovish)했던 12월 FOMC의 영향으로 국내 채권 금리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며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차)도 70bp(1bp=0.01%포인트) 초반대로 축소되면서 올해 2월 말 저점 수준에 근접한 상태"라고 말했다.


채권 금리가 큰 폭 낮아지면서 회사채 발행여건이 개선되자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 초 회사채 발행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내년 회사채 수요예측 첫 주자로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3000억원)를 필두로 ▲㈜한화(1500억원) ▲한화솔루션(2000억원) ▲한화에너지(800억원) 등 한화그룹이 연초 자금조달을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2500억원)와 롯데쇼핑(2500억원), 롯데케미칼(2000억원), 신세계(1500억원) 등도 내달 회사채로 현금 확보에 나선다.


이 외 미래에셋증권(3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1000억원), KCC(3000억원), HL만도(1500억원) 등도 연초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집행이 재개되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물량도 집중적으로 쏟아진다"면서 "특히 내년 1~2월 연초에만 15조원 이상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차환 수요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회사채 수요예측마다 조(兆) 단위 투자수요가 몰리는 등 역대급 '연초효과'가 나타났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연내 조기 피벗 기대감이 컸던 데다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을 미뤄뒀던 기업들이 앞다퉈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회사채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룬 것이었다. 내년 초에는 올해 만큼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입어 견조한 투자수요가 회사채 발행시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피벗 기대감으로 연초까지 강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기준금리 시기와 함께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스프레드가 이미 올해 상반기 저점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이라며 "내년에 연초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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