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한화생명의 신임 대표이사로 권혁웅 전 한화오션 부회장이 내정되면서 그룹 내부의 승계 구도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내정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며,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게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다음달 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권혁웅·이경근 등 대표이사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중 권 내정자는 한화생명 역사상 첫 '비(非)보험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이번 인사는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이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대표이사 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회장이 금융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정비에 착수한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권 내정자는 김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한화 지주경영부문, 한화 지원부문 등을 두루 거치며 그룹 핵심 조직을 경험한 인물로, 김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당시 인수 작업을 총괄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한화오션 초대 대표이사 겸 부회장에 선임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김동관 부회장과도 한화오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긴밀히 호흡을 맞췄다.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김 부회장과의 협업 경험 탓에 업계에선 권 내정자의 한화생명 수장 발탁이 김동원 사장에게 일정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회장과 김 부회장 모두와 가까운 인물이 금융 계열사 정점에 자리하게 되면서, 김 사장에게는 보다 명확한 역할과 성과를 요구하는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사장을 대표이사직에 앉히지 않고 측근을 한화생명 대표로 보낸 것은 '좀 더 성과를 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사장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사장이 한화그룹 금융 계열상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상황은 여전하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실적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사장은 디지털 및 글로벌 부문에서 경영 역량을 쌓아왔지만, 그룹 안팎의 신임을 얻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 사장은 2014년 한화L&C에 입사한 뒤 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을 맡으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 말 한화생명에 합류해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2023년부터는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활동하며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반면 권 내정자는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40년 동안 한화에너지,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 등 한화그룹의 에너지·화학 계열사와 지주 조직을 두루 거친 정통 한화맨이다. 2010년대 초반 한화에너지 대표를 지냈고, 2021년에는 한화 지원부문 사장을 맡았다. 이후 2023년 5월 한화오션 대표에 선임되며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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