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스몰캡은 한국의 미래다”

- 투자의 핵심은 ‘사람’, ‘경영진’을 보고 투자하라- 작지만 강한 기업, 제2의 삼성전자는 스몰캡에 있다- 뛰어난 한국의 인재, 주식시장 ‘패러다임’을 바꾼다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운용수익률 꼴찌 자산운용사가 언제 그랬냐는 듯 1위로 올라섰다. 메리츠자산운용 존리 대표(58)가 취임한 후 1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봄기운 완연했던 날, ‘틀을 깨야 남들과 다른 투자 혜안을 가질 수 있다’는 그를 만나기 위해 ‘북촌’을 찾았다.



존리 대표 취임 후 메리츠자산운용은 기업 DNA가 바뀌었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복장이 자유로워지고, 본부장 직급이 사라지자 보고문화도 사라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정성껏 작성한 종목보고서 대신, 직접 발품 팔아 작성한 자체 분석 자료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 사무실도 자산운용사가 밀집해 있는 여의도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북촌 한옥마을 끝자락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시도가 빛을 발한 것일까. 연수익률 14.28%. 1년 만에 이뤄낸 성과에 스포트라이트가 리 대표에게 집중됐다.


장 분위기도 좋은지라, 시장 분위기를 묻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과거 트라우마 때문인지 과열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개별 기업을 본다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미래는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주식투자 할 때”라고 말했다.
“사실 경제와 주식시장은 다르게 움직인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시가총액의 상당 비중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보니 몇몇 기업의 주가 흐름에 따라 지수가 좌우되는 왜곡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개별 기업을 주시할 때다”

돈을 버는 방법은 2가지기업을 키우거나, 기업의 주주가 되거나


그가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변화’, ‘저금리·고령화로 인한 장기투자문화 형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몰캡 기업의 두각’을 이유로 꼽았다.


당장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는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등 신흥국가의 신생기업과 기존 기업을 비교하며, 주주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주주를 감동시키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당장 주가하락이란 부메랑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으며, 대기업이 바뀌면 중소기업도 바꾼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 늘면, 당연히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도 늘게 된다. 돈을 버는 방법은 2가지이다. 기업을 키우거나,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이다”


저금리에 고령화 돈이 흐를 곳은 주식시장 뿐


다음으로 그가 주목하는 것은 투자환경의 변화다.
기대수명 증가로 노후자금 마련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는 가운데, 저금리까지 겹쳐 자금이 흐를 곳이 주식시장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의 노후를 국가와 회사가 보장해 주는 시대는 끝났다. 스스로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자산을 축적하는 방법은 주식투자밖에 없다. 흔히 20~30대는 주식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하는데, 해외여행에 맥주, 커피, 맛집 문화를 즐기고, 고가의 자동차를 사는 등 소비성향이 높다. 소비와 저축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 동시에 효율적인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식투자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장기투자 관점에서 올바른 투자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좋은 펀드가 만들어지고 장기투자문화가 정착되면 좋은 기업이 느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돼 주식시장의 레벨업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뛰어난 인재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개별 기업의 ‘성장파워’에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국민성,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사고, 도전정신, 올바른 방향의 교육열이 잘 버무려 지면 작지만 강한 기업이 새롭게 등장해 주식시장을 이끌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일본 젊은이들은 가업을 물려받아 편안하게 살길 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부모와 다른 삶을 원한다. 부모 역시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라며 교육에 열의를 다한다. 작지만 강한 기업,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업, 틈새시장을 장악하는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것이다”
그는 국민성을 볼 때 한국의 젊은이들은 공무원을 택하는 도쿄대생이 아닌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모습에 가깝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주식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줌마’가 바뀌어야 한다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많은 엄마가 과외비를 쏟아 부어 자식을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만들고 있다. 남들에게 멋져 보이는 삶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는가. 부자를 쫓아 비싼 제품으로 치장하다 가난한 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머니를 채워야 한다.”


더불어 그는 어릴 때부터 주식투자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과외비 대신 주식을 선물하고, 주주의 삶을, 기업의 동업자이자 경영자가 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의미이다.


패러다임을 뚫고 나올 스몰캡을 주목하라작고(Humble), 굶주려 있고(Hungry), 인적자원이(Human Power)풍부한 기업이 미래주도


그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중심에 ‘스몰캡(시총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 위치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그는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제2의 삼성전자, 코스닥시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패러다임 변화로 ‘판’이 바뀌는 만큼 기존 기업을 뛰어넘는 글로벌기업이 ‘스몰캡’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스몰캡에 재미있는 기업이 많다며, “지금은 규모가 작아(Humble) 변변치 않지만 오히려 몸이 가볍고, 혁신과 변화에 굶주려 있고(Hungry), 직원(Human Power)의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기업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스몰캡 투자를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샀느냐”는 질문에 투자철학을 밝히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가 종목을 사는 기준은 하나이다. ‘동업을 하고 싶은 기업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YES)’라고 말할 수 있다면 매수 한다.”
“소위 대박 맛집이 있다면 사장과 동업자가 되어 음식점을 키우고 싶듯, 투자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나에게 ‘부’를 안겨줄 수 있는 기업, 내 노후의 생활자금이 될 ‘퇴직연금’을 믿고 맡겨도 될 기업, 평생 가져가고 싶은 기업을 보유하는 것이다.”


‘사람’, ‘신뢰’, ‘고객’그리고 그의 투자철학


‘장기투자(롱텀)하라’, ‘경영자의 관점에서 주식을 보유하라’ 등 여러차례 반복되는 주장들을 들어보면 그에게 ‘가치투자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는 ‘가치투자자’라기 보다는 자신만의 투자철학이 확고한 운용가라고 불리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는 현재 마켓타이밍을 따르지 않는, 벤치마크(주가지수)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펀더멘털이 튼튼한 종목을 선정해(상향식 투자(Bottom up)) 장기투자하고 있다. 이는 가치투자자들이 가진 고유의 특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사람’을 하나 얹는다. 사실 ‘사람’에 대한 정성적 판단이 그가 가진 고유의 투자철학이자, 그의 운용수익률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그는 자산운용사는 ‘고객’을, 기업은 ‘주주’를, 투자자는 기업의 경영자인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이 중요하다. 경영자로서 자질이 있는 사람, 도덕성을 갖춘 사람, 기업의 주인은 오너가 아닌 주주라는 사고를 가진 경영진이어야 한다.”
이러한 점은 워런버핏의 투자철학과 닮았다. 그러나 그의 투자철학을 말할 때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버핏보다는 그가 몸담았던 스커더 스티븐슨 앤드 클라크의 니컬러스 브릿과 견주는 게 맞을 듯하다. 설립자인 니컬러스는 그의 평생 멘토이다. 그는 자산운용사 ‘스커더’에서 15년 동안 코리아펀드의 운용을 맡아 월가에서 유명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투자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의 문화는 후진적이다. 이는 회전율을 높여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투자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차 그는 “펀드 운용은 기업을 ‘사는(매수)’것이지 ‘사고파는(매수와 매도)’ 것의 반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객의 수익률이 최선이라면 운용사는 도박하듯 고객자금을 운용할 수 없고, 하루에 몇 번씩 종목을 사고 팔 수 없다”는 것이다.


매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매도’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도는 언제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 다시 말하면 “도대체 장기투자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냐”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매도하는 경우는 딱 세가지다. (테마, 작전 등으로)이유 없이 오를 때, 매수의 (투자)판단이 잘못됐을 때, 더 좋은 투자대상이 생겼을 때”라고 했다. 이어 “도대체 차익실현은 언제 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우문에 “사과나무를 키워 사과를 따먹어야 하는데 땔감으로 쓰려한다”며 “주식자본을 늘려가는 것이 투자”라는 현명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의 수익률을 부러워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한마디 조언을 부탁했다.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가져라!” 더불어 그는 “펀드를 고른다면, 매매 회전율이 낮은 운용사, 운용 인력의 변동이 없는, 역사가 탄탄한 운용사의 펀드를 고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참고로 메리츠자산운용의 매매회전율은 5% 미만이다. 업계 최저 수준이다. 더불어 그와 함께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은 22년을 함께한 팀원들이다.
늘 먼 미래를 내다보며 살고 있는 그의 꿈이 궁금해졌다. 경영자로서 그는 “직원이 만족하는 회사, 직원이 안 나가는 회사, 직원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건전한 투자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주식투자전도사로서의 활동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는 지난 한해에만 5천여명의 사람을 만났다.
이제 바통은 고객(투자자)들에게 넘겨졌다. 그와 뜻을 함께 할지, 지금처럼 앞으로도 쭉 주식시장 밖에서 바라보기만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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