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감자설 '모르쇠' 대응..하림 불매운동 '불똥'

[윤유석 기자] 감자설은 예견된 해프닝?
회사측의 모르쇠가 일파만파 덩치 키워
소액주주 분노...하림 불매운동까지 거론


감자설에 휩싸인 팬오션이 감사보고서를 내놨다. 매출액은 1조6천455억원으로 전기대비 3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천15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부채비율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450%를 넘었던 팬오션의 부채비율이 이번 감사보고서에선 220%로 낮춰졌다. 단기부채 비중이 낮은 반면 유동자산의 비중이 높아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부채 해결에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현금성 자산이 늘고 부채비율이 줄어 긍정적인 평가다.


하림의 인수대금까지 들어오면 자본이 확충돼 우발 채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부채비율이 정상기업 수준인 10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소액주주 사이에선 우량 해운사로 손꼽히는 글로비스의 부채비율인 124%에 버금가는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항간에 떠돌던 소액주주의 자본을 감액시켜서라도 팬오션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려 한다는 감자설이 힘을 잃게 됐다.


◆ 감자설은 예견된 해프닝?


업계에서는 애초부터 팬오션의 감자설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한 전문가는 "팬오션은 재무적으로 감자 조건에 해당되지 않은 데다가 인수자인 하림이 유상증자대금을 지급하기 이전이라 감자든 부채비율이든 뭐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하림의 감자 입김에 대해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제 살 깎아가면서 감자를 할 이유는 있겠느냐”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팬오션의 감자는 하림과 산업은행의 사이에 모종의 유착관계 있을 것이란 무리한 추측이 동반되고 동시에 법원에서 판사가 의외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전제로 깔린다. 이 때문에 감자설은 시작부터 해프닝이 예견됐다.


◆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책임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해프닝으로 삼키기엔 덩어리가 너무 커졌다. 한 포탈사이트 카페에서만 소액주주 2천700명이 지분을 위임하겠다고 집단행동에 나섰고, 그 주식수가 대주주인 산업은행 지분을 훌쩍 뛰어넘는 3천만주에 달한다고 전해졌다. 각 증권사이트의 게시판과 언론에선 몇 주째 팬오션의 감자설을 쏟아냈다. 앞서 감자설로 하한가를 맞은 주가는 20일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회사측의 ‘모르쇠’ 대응이 덩치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감자설 초기에 그 중심에 선 당사자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더라면 사태가 이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더구나 소액주주 지분이 82%에 달하고, 이미 20:1의 감자를 치렀던 전력이 있는 기업이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크게 인식했어야 했다. 이 때문에 회사측이 소액주주를 철저히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팬오션측은 25일 감사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도 “감자에 대해선 코멘트하지 않겠다” 라는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림측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 소액주주 분노..하림 불매운동 '불똥'


이 때문에 소액주주는 아직 결집을 풀지 않고 있다. 인터넷 카페 ‘팬오션소액주주권리찾기’의 소액주주 대표는 “만약 변경회생계획안에 감자가 포함되면 하림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다”라며 2차 행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또 다른 한편에선 기관투자자가 팬오션을 매집하기 위해 서로 짜고 감자설을 의도적으로 흘렸을 것이란 추측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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