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SK그룹 딜 ‘승자의 저주’ 될까
2호 블라인드펀드 소진 이슈 맞물려…증시 폭락·유가 상승 등 부담

[딜사이트 박제언 기자] 사모투자펀드(PEF) 운영사 한앤컴퍼니의 왕성한 투자 활동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올해에만 SK그룹과 연속으로 3건의 바이아웃 투자를 성사시켜 M&A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한앤컴퍼니는 SK그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블라인드펀드 결성의 전초작업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미국 금리와 유가 상승 등 거시경제 현황이 한앤컴퍼니에 썩 유리하게만 돌아가는 모양새는 아니다.


한앤컴퍼니는 올해초 SK엔카(SK㈜ 오프라인 중고자동차 유통사업)를 필두로 지난달 SK D&D, 이번달 SK해운 거래를 연이어 성사시켰다. 3건 모두 소수지분 투자가 아닌 경영권 인수였다. 각각의 거래금액이 1500억~2000억원, 2300억원, 1조5000억원으로 3건을 합치면 2조원에 가깝다.


제시된 거래가격은 인수금융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인수금융을 제외하면 한앤컴퍼니 운용 PEF에서 7000억~8000억원을 활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한앤컴퍼니가 투자에 활용하는 PEF는 2호 블라인드펀드다. 지난 2014년 12월 약정총액 1조3700억원 규모로 결성돼 4년째 투자하고 있다. 물론 한온시스템, 쌍용양회, 에이치라인해운 등 굵직한 거래는 모두 블라인드펀드와 프로젝트펀드의 공동투자 방식의 구조였다. 일일이 2호 블라인드펀드의 연관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투자했다.


한앤컴퍼니는 SK그룹 거래 역시 블라인드펀드와 프로젝트펀드를 함께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이번 거래 이후 2호 블라인드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는 대부분 소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3호 블라인펀드 결성 작업과 맞물린 투자일 가능성이 높다.


M&A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3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외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출자를 받아 결성 규모는 2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투자 속도다. M&A업계는 한앤컴퍼니가 3호 펀드 결성을 위해 SK그룹과 급하게 거래를 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 D&D와 SK해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정권 안에 들어가기 전 매각됐다고 평가한다. 자칫 곤란해질 수 있었던 SK그룹을 한앤컴퍼니가 해결해준 셈이다.


한앤컴퍼니의 경우도 기존 포트폴리오인 에이치라인해운을 운영하고 있어 SK해운을 인수한 후 사업 시너지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증시가 폭락하고 유가가 상승하는 현 국면이 장기화되면 한앤컴퍼니에는 결코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에이치라인해운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했지만 수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이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기대했던 기업가치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 기조도 해운업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 SK해운 인수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M&A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국내에서 대형 딜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PE"라면서도 "SK그룹 관련 투자가 향후 한앤컴퍼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앤컴퍼니는 아직 홍콩 증시에 상장시킨 코웰이홀딩스의 엑시트 외 뚜렷한 회수 실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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