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VS 배달앱’ 영토확장전 승자는?
위메프·쿠팡, 식·음료 배달 vs 배달의민족, 직매입 배송
배달의민족이 베타 서비스 중인 배민마켓 (사진제공=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쳐)


[이정현 기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e-commerce)와 배달앱 업체들이 서로의 영역에 뛰어들면서 두 업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대표 이커머스 업체인 위메프는 ‘위메프오’, 쿠팡은 ‘쿠팡이츠’로 그동안 배달앱 업체가 하던 식음료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배달앱 대표 주자인 ‘배달의 민족’은 편의점 및 마트 상품을 배송해주는 ‘배민마켓’ 베타 서비스를 시행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같이 이커머스와 배달앱 모두 경쟁자가 확대된 가운데 각 사들이 새로운 영역에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이커머스 회사들이 식·음료 배달 시장에 하나 둘 씩 진입하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 27일부터 ‘위메프오’ 앱을 통해 강남·서초 지역에서 음식배달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위메프오는 기존 배달앱과 달리 지역이나 키워드 기반 광고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주문에 대한 수수료만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위메프오 결제수수료는 기존 배달앱 업체 수수료보다 낮은 대략 5%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위메프는 낮은 수수료를 통해 업주들을 끌어 모은다는 전략이다.


쿠팡 역시 식음료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츠’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다만 쿠팡이츠는 기존 배달앱과 달리 단순히 음식점과 소비자를 중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주문부터 배달까지 모두 쿠팡이 전담해 운영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해당 업체와 쿠팡이 식음료 상품 계약을 한 후, 주문부터 상품 배달까지 모두 쿠팡이 책임지는 구조다. 이를 위해 최근 쿠팡은 ‘로켓배송’ 기사와는 별도로 ‘라이더(배달 기사)’를 모집하기도 했다. 현재 강남·서초 일대에서 시범서비스 중인 쿠팡이츠는 올 상반기 중 정식 런칭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이 이커머스 업체들이 배달앱 사업 확장에 나선 이유는 배달앱 시장이 나날이 고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명에서 올해 2500만명으로 28.7배 증가했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 역시 전년 보다 5조원 증가한 2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으로도 배달앱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배달앱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이커머스 분야에서 치킨게임이 지속되고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보니 최근 성장성이 큰 것으로 주목 받는 배달앱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체만 사업 경계를 넘나드는 건 아니다. 배달앱 역시 사업 확장을 위해 이커머스 시장 진출 초읽기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마트의 상품을 30분 내로 배달해주는 ‘배민마켓’을 열어 강남구 및 서초구 일대에 베타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식음료뿐만 아니라 생필품, 패션, 인테리어 용품 등 마트 대부분의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이커머스와 영역이 겹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배민마켓은 쿠팡과 같이 석촌동에 물류창고를 두고 직매입 방식으로 판매한다. 여기에 배민라이더스를 활용해 기존 이커머스보다 훨씬 빠르게 배송 받을 수 있도록 전략을 짰다.


양측간의 영역 확장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커머스와 배달앱 모두 기존 강자들이 오랜 시간 고객 확보를 위해 공을 들여온 만큼 그동안의 노하우와 브랜딩 자산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진행해온 공격적인 투자로 쌓아온 물류 인프라를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 역시 간단치 않은 분야”라면서 “기존 플레이어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