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재계순위 33위 급상승 비결은
3년만에 23계단 상승…도로·철도 운영 등 디벨로퍼로 진화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에는 카카오HDC(현대산업개발)그룹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들 그룹은 상호출자총액제한을 받는 30여개 대형 기업집단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중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앞세워 급성장한 IT기업이지만 HDC그룹은 상대적으로 성장 전망이 어두운 건설사업이 주력이다. 기존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중에서도 건설업이 주력인 곳은 대림그룹과 부영그룹 등 2곳뿐이다. HDC그릅의 성장은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는 건설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형 기업집단으로도 발돋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기순이익 1.2조, 재계 11위


HDC그룹의 성장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HDC그룹은 15개 계열사에 자산 7조2000억원 규모로 재계 순위 50위에 머물렀다. 2015년에는 자산이 6조7000억원으로 줄어들며 51위로 뒷걸음질 쳤다. 2016년에도 6조4240억원으로 자산이 줄어 재계순위가 56위까지 떨어졌다.


반등이 이뤄진 시기는 2017년부터다. 부동산 경기 호조로 직접 택지를 사들여 주택을 공급하는 HDC그룹에게는 최상의 사업 환경이 조성됐고 회사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2017년 자산규모를 6조9000억원으로 불린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7조 98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자산규모는 10조5970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6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50위권에 머물던 재계 순위도 올해 33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종업종인 대우건설, 중흥건설, 태광, 한라, 호반건설의 재계 순위가 더 높았지만 올해는 이들 기업을 모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계열사 숫자도 24개로 늘어났다.


회사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수익성도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HDC그룹의 당기순이익은 1조1920억원으로 자산 5조원 이상 59개 기업집단 중 11위다. HDC그룹보다 당기순이익 규모가 큰 기업집단은 삼성(40조6330억원), SK(22조6680억원), 현대차(4조 770억원) 등 10대 기업집단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10대 기업집단 중 롯데그룹(5520억원)과 현대중공업그룹(3020억원)의 당기순이익 규모가 HDC그룹보다 적었다. 이들 기업진단의 한해 매출액은 최소 52조7250억원(농협)으로 HDC그룹의 10배가 넘는다. HDC그룹보다 재계 순위가 낮으면서 당기순이익 규모가 큰 곳은 넥슨(1조2570억원)이 유일하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지분 40% 확보, 계열사 편입


건설업계에서는 HDC그룹의 급성장을 단순히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은 것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보다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디벨로퍼로서 역할을 확대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벨로퍼라는 의미는 건설사가 직접 택지를 매입하고 개발해 주택 및 상업시설 등을 공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도로와 철도 공사에 시공사로 참여한 뒤 준공 이후 운영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디벨로퍼라는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HDC그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건설출자자(CI)들이 인프라 공사를 마치고 운영에 참여한 뒤 2~3년 내 보유 지분을 팔고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과 달리, HDC는 운영을 이어간다. 오히려 CI들의 운영사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뒤,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춘천고속도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7년까지만 해도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지분율이 25%에 그쳤지만 지난해 33.85%로 높인데 이어 올해 초 지분 7%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분율 40%를 확보한 뒤, 올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HDC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자산 규모가 9427억원에 달하는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추가로 HDC그룹의 총 자산도 10조원을 넘어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천안논산고속도로㈜와 함께 국내에서 유이하게 흑자가 발생하는 민자 고속도로”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장기적으로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지분 100%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주요 주주로는 기업은행(18.63%),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15.83%), 현대건설(11.69%), 한국도로공사(10%), 강원도(5%), 춘천시(5%) 등이 있다.


인프라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단순 시공에만 머물러 있으면 수익성 악화는 물론, 실적 정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건설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라며 “HDC그룹이 디벨로퍼로서의 역할 확대에 성공하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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