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분은 늘 아름답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의 이사회 통제 아닌 '진짜' 지배구조 개선 이끌어야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pixabay 제공)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최근 금융지주 이사회가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은행의 지배구조 구축현황, 이사회 운영 및 경영진의 성과보수 체계의 적정성에 대해 점검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금융지주 이사회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보장된 6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진 하차하는 사외이사들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이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CEO의 측근들로 이뤄진 이사회가 CEO의 '셀프 연임'을 가능케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각 금융지주 이사회와 최소 연 1회 정기 면담을 실시하면서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확립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일각에서 나오는 관치 논란을 의식한 듯 자료를 통해 해외 감독당국도 정기 또는 수시로 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국의 명분은 틀린 것이 없다. 이사회가 경영자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에 대해서도 적절한 감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CEO에 이어 사외이사 인선에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국이 견제와 감시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사회에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진입시키는 등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지주 CEO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왔을 때도 금융당국은 명분을 앞세워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를 앉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펀드 사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회장들이 연임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지만, 구호처럼 외쳤던 명분은 희석되고 관료 출신 회장이 2명이나 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펀드 사태 피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회장 사퇴 압박을 가했던 우리금융에는 과거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도했던 인물이 새로운 수장으로 왔다.


최근 시장에서는 "은행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과거부터 이어져 온 금융관치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금융지주 CEO에 이어 이사회 개입까지 이어지는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만약 금융지주 이사회에마저 정치권 인사나 관 출신이 오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과거에 논란이 되었던 관치가 현실이 되었다는 인식만 심어 줄 것이다. 물론 대의명분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금융지주와 은행, 그 이사회는 독립성을 전제로 존재한다는 당위성을 갖는다. 최근의 모습은 명분이 당위성조차 훼손하고 있는 격이다. 당국이 이사회까지 개입한다면 은행의 독립성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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