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인적분할' 첫 관문부터 통과해야…어피니티 표심은
지분율 24%, 주주총회서 동의 필요…내부 기류 변화에 갈등 해소 가능성 관측도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14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 사옥 전경. (제공=교보생명)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인적분할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의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 등기 등 절차를 차례로 밟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도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지주사 전환의 첫 단추로 꼽히는 인적분할을 확정하는 일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적분할을 결정하려면 이사회 결의와 3분의 2 이상 주주의 동의가 필요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다. 현재로서는 교보생명 오너경영인인 신창재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2대 주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표심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인적분할 통한 지주사 설립…신창재 회장 지배력 확대 염두

교보생명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회사 분할 방식은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있는데 현재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인적분할이 자금 등 부담이 적고 분할 비율에 따라 향후 신창재 회장의 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인적분할은 기존 교보생명 지분율 그대로 주주들이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다. 물적분할은 분할회사(기존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갖는다.


물적분할의 경우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는 만큼 상당한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게다가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매수 가격을 주주와 기업 사이 협의로 결정해야 하는데 합의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합병·영업양수도 등이 주주총회에서 결의됐을 때 이에 반대했던 주주가 자기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교보생명의 구상은 이렇다. 먼저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지주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는 신설 지주사의 신주를 교부한다. 다음으로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아 교보생명을 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한다.


◆어피너티 설득 못 하면 주총 못 넘어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의 첫 관문은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한 인적분할 확정이다. 이사회 결의의 경우 교보생명의 현재 이사회 구성원과 이사회 결의 조건만 놓고 보면 사실상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교보생명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이사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교보생명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모두 8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사내이사인 신창재 회장과 조대규 사장은 인적분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게 확실하고 사외이사들도 이유만 납득한다면 크게 반대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관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다. 이사회 결의 단계에서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주주총회 특별결의 단계에서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의 결정에 따라 지주사 전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인적분할 안건은 이사회를 통과한 뒤에는 주주총회에서 주주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으로 지분 33.78%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 약 24%를 들고 있는 2대 주주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반대한다면 주주총회 승인을 장담할 수 없다.


교보생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2월 이사회에 지주사 전환 추진 사안을 보고했을 때 이사회에서는 '원활한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을 위해서 주주 간의 건설적 협의 및 감독당국, 시장 등 이해관계자와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어피너티컨소시엄 내부 기류 변화…태도 바뀔까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최근 들어 락앤락 잔여 지분 공개매수 뒤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등 투자금 회수에 부쩍 속도를 내는 점이나 지난해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 바뀐 뒤 교보생명과 직접 소통을 재개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2018년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풋옵션 가격을 두고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법적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데 교보생명과 대립각을 세워오던 기존의 태도를 버리고 지주사 전환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결국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성공적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의 기대를 충족시킬 여지가 있다. 지주사 전환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가치도 높아져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현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되는데 어피너트 에쿼티 파트너스가 교보생명 지분(9.05%)을 가장 많이 들고 있다. 일부 회사는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교보생명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점도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태도 전향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보통 사모펀드는 투자금 회수까지 3~5년 정도 걸리는데 너무 오래 발목이 묶인 데다 법적 분쟁으로 에너지도 크게 소모하고 있다.


반면 투자금 회수에 이왕 시간이 걸린 만큼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서두르지 않고 풋옵션 분쟁 결과가 나온 뒤에야 입장을 정할 수 있다는 시선도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결과가 어피너티컨소시엄에 유리하게 나오면 굳이 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 회장은 풋옵션 행사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2019년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요청했다. ICC는 2022년에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사이 풋옵션 계약은 유효하지만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요구하는 가격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2차 중재가 진행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에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점은 당초 목표보다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월 이사회에 지주사 전환 추진 사안을 보고하고 1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인적분할 안건도 아직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현재 주주들에게 미래 비전 등을 앞세워 지주사 전환을 설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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