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 ‘당근’에도 풋옵션 행사될까
신창재 회장, 풋옵션 이행 재원 마련 방안 촉각

[권일운 기자]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돌입한다.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풋 옵션을 행사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신 회장 측이 이를 달래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교보생명은 지난 10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IPO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여섯 번째 상장이다. 교보생명은 향후 공동 주관사를 추가로 선정하고 지정감사인 감사, 증권신고서 제출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현재 선정된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 NH투자증권 등이다.


교보생명이 IPO를 결정한 것은 FI들의 풋옵션 행사에 대한 대응책 성격이 짙다. 교보생명의 FI 가운데 한 곳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01%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당시 2015년까지 IPO를 성사하지 못하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 옵션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IPO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고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지난 10월 풋 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 측이 IPO 계획을 발표한 현재로서도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 옵션 행사 의지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풋 옵션 행사가 현실화 된다면 신 회장은 조 단위 자금을 들여 FI들의 지분을 되사야 한다.


만약 풋 옵션 행사 시점이 교보생명의 IPO보다 앞선다면 신 회장의 셈법은 복잡해지게 된다. 구주 매출을 통해 작게나마 투자금 반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장이 이뤄지지 않은 교보생명 지분을 유동화하거나 개인적으로 보유한 다른 자산을 활용해 풋옵션 이행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신 회장이 교보생명 지분을 팔아 풋 옵션 이행 자금을 마련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9.45%에 달하는 신 회장의 지분율이 10%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장외가 기준 약 30만원인 교보생명 주식 400만주 이상을 매각해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투자 원금 1조2054억원을 반환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물론 양 측이 풋 옵션 행사 가액을 ‘공정 가치(Fair Value)’로 평가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정확히 어느 정도의 금액이 투입되는지를 지금 시점에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디까지나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엄포’로 풋 옵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지만, 실제 트리거가 작동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IPO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데다 앞서 상장한 생명보험사들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FI입장에서는 IPO를 성사시키더라도 만족할 만한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풋 옵션 행사가 낫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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