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 가속페달 배경은
오프라인 수익 악화, SK·롯데 대비 이커머스 사업 확장도 뒤쳐져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신세계그룹이 한국판 아마존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글로벌 투자운용사에서 1조원을 조달해 내년 초 이커머스 신설 법인을 설립하고,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울 계획이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이 선도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자 부랴부랴 파이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1일 글로벌 투자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 블루런벤처스 등 2곳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투자금 1조원 가운데 7000억원은 신세계그룹이 내년 초 신설하는 통합 이커머스 법인 ‘쓱닷컴(SSG.com)’ 출범 때 투자받고, 나머지 3000억원은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받을 예정이다.


신설되는 쓱닷컴의 기업가치는 3조3000억원으로 평가됐으며 어피너티와 블루런벤처스는 각각 5000억원씩 투자해 신주를 인수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과 어피너티-블루런벤처스의 지분비율이 75대 25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쓱닷컴 투자재원이 마련되면서 신세계그룹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올 연말까지 신세계와 이마트 이커머스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끝마치고, 내년 초 양사의 이커머스 사업부문을 합병해 늦어도 1분기가 끝나기 전에는 신설법인 쓱닷컴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이 쓱닷컴 출범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지난 1월 투자유치 MOU 체결 후 확정짓기까지 9개월여가 소요되면서 경쟁사 대비 이커머스 시장 진출이 늦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SK그룹의 경우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원을 투자받아 지난 9월 11번가를 독립법인으로 분사시켰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 8월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7개의 온라인몰 통합해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향후 5년간 12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비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된 것도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사업 확대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신세계와 이마트 모두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올 2분기 개별기준 83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012년 대비 14.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2.1%로 같은 기간 3%포인트 하락했다. 이마트 역시 매출은 같은 기간 18.8%(5조3840억원→6조3957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4%포인트(7.4%→3.4%) 낮아졌다.


업계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은 물론 롯데그룹 등 경쟁사들도 앞다퉈 이커머스 사업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보니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조바심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신설법인 쓱닷컴은 신세계그룹의 유통사업 플랫폼 중심이 백화점·할인점 등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쓱닷컴의 물류 및 배송 인프라와 상품경쟁력, IT 기술향상에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삼았다. 아울러 시장 상황을 살펴 필요시 기존 이커머스 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1등 이커머스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금까지 신세계그룹의 성장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담당해 왔다면, 앞으로의 성장은 신설되는 이커머스 신설법인(쓱닷컴)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 역량을 집중해 이커머스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채널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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