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숨죽인 산업은행, 개운한 시작 언제쯤
尹 당선인 부산 이전 공약, 정재계 안팎서 잡음···면밀한 검토 이뤄져야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9일 09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상황이 빠른 물살을 타고 바뀌어 갈 때,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유예한다. 대선 전후 금융권도 그랬다. 주요 정책에 대한 전망을 물으면 늘 "대선 이후를 지켜봐야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고, 으레 수장도 교체된다. 때문에 이러한 '유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금융권에선 특히 정권의 입김이 보다 강하게 미친다는 국책은행들이 더욱 그렇다.


그 중에서도 최근 산업은행은 유독 조심성이 강한 분위기다. 말 한마디와 작은 결정 하나하나에도 망설임이 전해졌다. 새 정부가 산업은행을 콕 집어 공약으로 내세웠던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잘못 보이면 부산행'이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부산국제금융센터에 공실이 없다는 걱정스러운 얘기도 들리는 한편, 분양지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 이전할 것이란 현실적인 계획도 언급된다. 


변화를 위해 웅크린 시간 뒤에는 힘찬 시작이 도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부산에서 맞을 새로운 시작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이전 공약을 반대하는 내용의 돌발 발언을 꺼냈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나 반대 의견을 펼치고 있는 금융노조를 제외하고서라도,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IB, 기업금융 업무 등을 하는 산은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지방 이전 결정으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 시장은 "균형발전은 필요한 목표이지만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이 스스로 국가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형태는 아닐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 또한 산업은행 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핵심 인재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대선 이후 부산 이전이 급물살을 타면서 여의도에 있는 금융사로 이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대선 이후 속도가 붙는 듯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이 여러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인수위에서 산업은행 본사 이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지 않은 점에 대해 산은 이전 건이 '뒷전'이 되었다는 평가도 들려온다.


산업은행과 함께 지방 이전이 언급되는 여러 국책은행들은 당분간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기지개를 펴는 순간이 산뜻한 시작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정재계에서 보다 면밀하고 현실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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