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낮은 ETF 운용보수···출혈 경쟁 지양해야
차별화된 상품으로 경쟁 필요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08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프리픽)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ETF(상장지수펀드)는 자산운용사에게 딜레마다. 시장의 성장세를 생각하면 관련 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산운용사의 실제 수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를 만났을 때 들은 말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ETF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세 마디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ETF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지만 수익성 확충을 기대하기에는 운용보수 경쟁이 만만찮다는 뜻이다.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개발 및 운용하고 그 대가로 투자자로부터 펀드 순자산가치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운용보수로 받는다. 이 운용보수의 보수율이 높을수록 자산운용사가 거두는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 


국내 ETF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3월 28일 기준 국내 ETF 전체 순자산총액 규모는 139조3739억원으로 14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년 동기 89조1579억원과 비교해도 56.3%나 늘어난 수준이다. 


ETF 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데는 낮은 운용보수도 한몫을 했다. 예를 들어 국내 ETF 상품의 최저 운용보수는 0.01%에 머무른다. 평균 운용보수로 따져도 0.3%대다. 공모펀드 평균 운용보수율도 0.4%대로 높지 않은 편인데 ETF는 더욱 낮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펀드 상품에 투자하기보다 ETF에 투자할 때 운용보수로 들어가는 수수료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자산운용사들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운용보수 인하 경쟁을 벌여왔다.  


대표 사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는 운용보수 인하 경쟁을 펼친 끝에 현재 나란히 운용보수 0.01%를 찍었다.    


최근에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가 운용보수 0.09%로 출시되자 비슷한 상품 구조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운용보수가 0.08%로 인하된 사례가 있다. 


이런 운용보수 인하 경쟁은 투자자에게 단기적 이득이지만 자산운용사에게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운용보수가 0.01%라면 그 ETF 상품의 순자산총액이 1조원에 이르러도 자산운용사가 손에 쥘 수익은 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 대다수의 ETF 자산은 급증했다. 그러나 순자산총액 기준 ETF 시장 점유율 10위권 회사 중 펀드 수수료 보수가 2022년보다 조금이라도 늘어난 곳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절반뿐이다.


자산운용사의 ETF 운용보수 인하 경쟁은 길게 보면 회사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산운용사가 흔들린다면 투자자도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출혈 경쟁'의 피해가 모두에게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 온 배경에는 자산운용사의 책임도 있다. 투자자의 눈에 띄는 신선한 ETF 상품을 선보이기보다는 이미 흥행한 상품과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만든 뒤 낮은 운용보수로 관심을 끌려는 사례가 지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출혈 경쟁의 폐해를 줄이려면 자산운용사 스스로가 운용보수 인하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쉽진 않겠지만 더욱 차별화되고 다양화된 상품을 선보이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자산운용사가 앞으로 진행해야 할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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