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법리스크 속에 멀어져가는 '뉴삼성'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기 어려운 상황…내년 인사에도 반영돼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08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7 ⓒ뉴스1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변화보다는 안정'


내년도 삼성전자 정기 인사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DS)를 중심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친 탓에 많은 이들은 인사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주요 임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는 내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전세계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이 파격적인 인사와 변화를 추구할 수 없는 이유는 다름 아닌 사법리스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해 사법리스크에 시달린지는 자그마치 7년이 됐다.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온 약 10년 중 대부분을 법원에 들락거리며 보낸 셈이다.


이번에 검찰이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하면서 '무죄 혹은 집행유예' 시나리오와는 한 발짝 멀어졌다. 항소를 진행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1심에서만 3년 2개월간 총 106회의 재판이 열렸기 때문이다. 2심이 이루어진다면 이 회장은 또다시 수년 동안 매주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일반인이라면 작은 민사소송 한 개에만 휘말려도 일상에 집중하기 힘든데, 이미 두 번이나 교도소에 수감됐던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며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어떻게 혁신, 변화, 쇄신을 추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취임 후 대외적으로 조용한 경영 행보를 이어오고 있고, '뉴삼성'을 이룰만한 이렇다 할 전략도 아직 내놓지 못한 상태다. 이전의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전체를 이끄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1심 피고인 최후변론에서 "어느덧 저도 50대 중반이 됐다"라고 운을 떼며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라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에 이루어진다. 이번에 발표한 인사처럼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영 방식이 내년에는 바뀔 수 있을까.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하루빨리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삼성다운 혁신과 변화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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