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LG, 수익성 둔화…현금 흐름 부담"
캐팩스 집행 조절, 다각화된 사업으로 이익 창출력 유지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17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 지주사 ㈜LG가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활성화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LG]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2차 전지 사업에서 수익성 개선세가 둔화되고 있고, 석유화학도 수익성이 약화된 시점에 대규모 투자가 발생하는 점은 그룹 현금 흐름에 부담 요인일 수밖에 없습니다."(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


LG그룹이 배터리사업에서 2025년까지 연간 10조원 내외의 캐팩스(Capex‧자본적지출)가 발생하고 LG화학 첨단 소재 부문에서도 양극제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가 이어지면서 배터리‧석유화학 사업에서만 연간 13조원의 높은 투자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캐팩스 집행 규모 조절 가능성이 있고 중기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성장세를 회복하면서 2차 전지 사업에서 명목 이익 창출력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LG그룹은 자금 소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화학 외에도 전자, 통신, 서비스 등으로 다각화된 사업을 기반으로 견고한 이익 창출력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인 투자 부담 확대가 그룹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예정이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16일 'LG그룹: 높은 투자부담과 주력 사업의 업황부진, 사업체질 개선과 재무부담 통제 능력을 보여줄 시점'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박 연구원은 LG그룹의 합산 영업이익률이 2021년 8.4%, 2022년 4.0%, 지난해 3.3%로 2년 연속 저하되면서 그룹 이익창출력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에서 비롯됐다.


실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포함)은 지난해 2조52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전년 대비 15.1%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같은 기간 적자폭이 4252억원 가까이 증가하며 지난해 2조5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룹 합산 재무 부담도 확대 추세다. LG그룹은 2018년 이후 2차 전지 관련 대규모 설비 투자가 본격화되며 재무 부담이 악화되고 있다. 


그룹 합산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창출규모는 2021년 28조7000억원에서 2022년 22조5000억원, 지난해 21조1000억원까지 축소됐다. 반면 2차 전지,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관련 증설 투자 등으로 연평균 23조원 내외의 캐팩스 자금이 유출되며 대규모 자금 적자가 발생했다. 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2020년 말 25조9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말 35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다만 합산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24.4%에서 2023년 말 115.0%로 우수하고 26조원에 달하는 풍부한 보유 유동성을 감안할 때 LG그룹은 높은 재무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와 팜한농 같은 일부 계열사들은 전자 및 화학 사업과 영업적 긴밀성이 강하다"며 "이에 그룹의 지원 의지가 높다고 단단 돼 계열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에 따른 업리트프(uplift)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효과를 제외한 실질수익성이 하락세를 나타나고 있어 재무안정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에는 북미 시장 주요 고객사의 판매가 부진하고 모델 변경에 따른 생산라인 전환이 있어 AMPC 금액도 전분기 대비 24%가량 감소했다. 중단기적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2025년부터는 점진적으로 전방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고정비 증가를 감안하면 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지난해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2025년까지 연평균 10조원 내외의 설비 투자가 발생하며 차입금 증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석유화학 부문에 대해서는 우수한 사업다각화를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시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지난 2022년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과 전방산업 수요 약세로 이익창출이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 기조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내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누적된 공급 부담과 전방 수요 부진, 고유가 기조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감안시 과거와 같은 견조한 이익 창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비효율 사업 및 자산 효율화와 투자 규모 조절 등을 통한 재무부담 통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LG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TV 및 중소형 OLED 출하량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영업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 적자가 축소된 가운데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적인 재무 안정성 저하를 통제했다"며 "진행 중인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차익 부담도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와 2차전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LG그룹 역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LG엔솔도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당시 둔화된 업황을 감안해 캐팩스 집행 규모를 다소 낮추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규 공장의 생산 개시 시점을 조절하는 등 매년 발생하는 투자 규모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투자 기간을 이연할 경우 매년 투자비는 감소할 수 있겠지만 신규 공장의 생산 능력 자체를 축소하지 않는 이상 금융 비용 부담 등을 감안한 전체 투자 소요 금액은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며 "이러한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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