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리스트]
"대통령이 코스닥 살려야…30조 투입할 골든타임"
김학균 벤처캐피탈협회장 "장외서 만드는 유니콘은 한계…벤처 정책에 코스닥 포함"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7일 0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 (제공=VC협회)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새 정부의 미래 산업정책이 성공하려면 우선 기술주 시장인 코스닥을 살려내 정상화시키고, 그 시장적 순기능을 십분 활용해야 합니다. 국내 증시에 머물던 개인투자자들이 그동안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나스닥 빅테크들로 투자처를 옮겨 한국 시장을 외면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외국 기업들이면서 AI(인공지능)등 미래 성장기술과 시장을 잠식하면서 주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도 미국의 사례를 적용해 세계 제일의 혁신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코스닥 상황을 살펴보면 장외 시장 벤처들을 유니콘(1조원 가치의 벤처기업)으로 키워내는 건 요원합니다. 우선 나스닥처럼 만들고자 출범한 코스닥은 거래소 내부에 머물면서 정책의 사각지대가 돼 기관 비중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개인 거래 비중은 95%에 달하고, 장기 펀더멘털 투자가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유망한 기업 조차 코스닥 시장에 존재할 이유를 못 느낍니다."


"메타가 거액의 인수제안을 하였던 퓨리오사AI 마저 한국에선 기술성 평가 장벽 등으로 상장이 어려웠습니다. 만일 코스닥이 진작 활성화돼 퓨리오사AI가 이미 코스닥에 상장해 있고, 그때 해외 빅테크 기업이 기업 인수제안을 하였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외국인 투자가들이 관심을 갖고 몰려들어 한국 증시가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기회였겠습니까. 이제 코스닥을 새로고침해 재발견하고 정책적으로 투자할 시기입니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300조~400조원이니 여기에 10% 수준인 30조원을 민관이 협력해 회사의 근본가치를 보고 자금을 투입한다면 벤처시장은 확실히 살아날 수 있습니다."


취임 5개월을 맞은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AI(인공지능) 100조원 투자 공약을 구체화할 해결책으로 '30조원 코스닥 펀드 조성'이라는 확실한 콘텐츠를 제시했다.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할 100조원 가운데 30조원은 코스닥 활성화를 통한 벤처 투자와 회수 시장의 순기능 강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증시를 활성화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학균 회장이 추진 중인 30조원 규모의 펀드는 코스닥 상장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벤처 펀드다. 벤처 생태계와 벤처 정책을 코스닥 등록된 기업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역발상이다. 실제로 대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최근 미국-일본 기업들의 견제와 중국 기업들의 추격 사이에서 압사 직전상태에 놓여있다. 코스닥 상장사라도 사실상 글로벌 경쟁에 무제한 노출돼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정책적인 우산이 필요한 벤처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벤처기업의 기준을 

스타트업에 한정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 정세는 대기업도 하루아침에 쓰러지는 무한경쟁 구도로 치닫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어려움은 국가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창업 등 전체 벤처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학균 회장은 코스닥 펀드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비상장 기업과 코스닥 상장 기업을 망라한 벤처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AI 투자 100조 시대' 구상에는 자본시장 활성화 관련 콘텐츠가 반드시 포함돼야 계획이 구체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거란 예상이다. 코스닥 펀드 조성 목표 금액인 30조원은 역시나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이 가운데 절반을 공적 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를 민간 매칭으로 연결해 펀드를 운용하면 큰 무리가 없을 거라는 판단이다. 


김 회장은 "코스닥 펀드는 이재명 대통령의 100조 공약 안에 포함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30조원 가운데 절반은 정부 재정과 연기금, 법정기금 등에서 충당하고, 여기에 퇴직연금도 일부 활용하는 구조를 짜서 (정부에) 건의 및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이 살아나면 기업이 강해지고, 창업 생태계도 선순환 구조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 코스닥 펀드를 제안하게 된 배경은

▲현재 벤처 정책은 매우 오랫동안 창업 초기 시장에만 집중돼 있었다. 미국 시장에서 만들어진 유니콘이나 데카콘 등의 용어에 집착하고 한국 시장 규모와 전체 생태계의 유기성을 간과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하지만 유니콘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려면 (코스닥) 상장 이후가 훨씬 중요하다. 미국 같이 자본시장 규모가 막대하지 않기 때문에 리소스를 집중해 육성할 필요가 있다. 창업만큼 수성도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이제 한국에서도 국가 경제를 대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 


미국은 창업가가 생존해 있는 소위 혁신 기업들이 30위권 기업 중 70%(시가총액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혁신 생태계의 성공사례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0%대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벤처 생태계가 세계 수준으로 잘 육성되어 왔지만 이제는 혁신 기업들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관들이 펀드로 코스닥에 상장한 유망 기업에 더 유동성을 공급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 기업들이 비로서 어느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고 그런 후에 미국과 중국 등의 기업과 벌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30조원이란 구체적 펀드 규모는 어떤 근거에서

▲펀드 규모 30조원은 코스닥 시가총액을 역산한 수준이다. 코스닥이 300조~400조원 규모라면 시총의 10% 정도는 기관이 직접 투자해서 좋은 기업을 키워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자는 취지다. 코스닥 펀드는 벤처 생태계 활성화 및 세계 1등 혁신 생태계 조성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코스닥 펀드로 30조원이 만들어지면 기존 비상장 투자도 대통령 공약대로 40조원까지 쉽게 늘어 날 수 있다. 시장을 밸런싱 있게 육성해야 한다. 


- 30조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달 방안이라면

▲모든 비용을 재정에서 충당할 수는 없다. 그러니 새 정부가 추진하는 'AI 투자 100조원 시대' 정책에 코스닥 펀드를 포함하여 방안을 구체화 하고 있다. 100조원 정책에 코스닥 활성화를 포함시키면 정책자금과 민간 유동성을 매칭해 30조 펀드 조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대통령 임기 내를 기준으로 3년간 1년에 약 10조원씩 총 30조원을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 코스닥 펀드는 정부와 협의한 사안인가

▲2월 말 협회장 취임 이후로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정책 컨센서스에 대한 소통을 미리 나누어 왔다. 모든 분들이 이 정책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만들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고, 시의 적절하게 핵심 인사들과 꾸준히 소통하도록 하겠다. 


-AI 시대이지만 산업 전망을 한다면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핵심 기술도 달라졌다. 과거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모바일로 넘어갔고, 이제는 AI가 그다음 전환점이다. 앞으로 모든 산업과 서비스가 AI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AI 투자로 시장 관심이 집중될 거라고 본다. AI는 우리의 일상에 이미 엄청난 파급효과를 만들고 있다. 


-VC협회장으로서 현재 VC 업계의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과제는

▲혁신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 기업의 회수 시장인 코스닥이 너무 부진한 상태라 이와 관련한 활성화대책이 시급하다. '회수→재투자→창업'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생태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민간 중심의 생태계가 비로소 조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좋은 커리어를 가진 이들이 창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자 풀을 확대하는 정책도 구상하고 있다. 협회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책임감 있게 하나씩 내놓을 계획이다.


-벤처 생태계 전반에 대한 위기감도 크다.

▲위험가중자산(RWA) 강화 때문에 은행권 출자가 크게 축소된 영향이 크다. 투자 생태계 내에서도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독립계 VC는 펀드 매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앵커 출자자(LP)들이 LOC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출자확약서(LOC) 확보가 용이한 대기업 계열이나 금융권 VC 위주로만 펀드 결성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독립계 VC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이 다양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VC 업계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해결방안은.

▲RWA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바젤3 규제가 도입되면서 국내 은행권에서 VC에 출자할 때 400%의 RWA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현재 한국이 해외에 비해 예외적이고 선제적으로 강하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문제다. 바젤3에서는 금융사가 비상장 증권을 취득할 경우 RWA 비율 400%를 적용하는데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된 내용이 없다. 벤처펀드는 위험자산이 아니다. 


벤처펀드의 최근 5개년 간의 수익률은 평균 IRR(내부수익률) 10% 정도다. 벤처 기업 한 곳에 대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매우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낸다. 금융권에서 중위험 고수익을 추구해 스스로 수익률도 높이고 전체 산업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미래 산업을 육성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시장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으니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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