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 12월 처음 시행된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기준 400조원을 넘었고 2040년 1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 중인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다양한 금융 분야의 쟁쟁한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개별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우리은행의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27조원대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다. 적립금 1위인 신한은행뿐 아니라 KB국민·하나은행도 40조원을 넘겼지만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20조원대에 머물렀다. 우리은행은 저조한 수익률의 영향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쉽사리 몸집을 불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그룹사 내 우리투자증권과 협력을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나간다는 목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27조988억원으로 전년대비 14.5% 증가했다. 증가폭은 하나은행(19.5%)에 이어 시중은행에서 두 번째로 많았지만, 적립금 규모는 4대 시중은행의 평균(38조8339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금융권이 겨냥하고 있는 개인고객 유치가 더딘 상태다. 지난해 기준 확정급여형(DB) 상품 적립금이 전체 퇴직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2%에 달했다. 확정기여형(DC), 개인형IRP 상품은 개인 고객 단위로, DB상품은 기업이 가입하는 방식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DB상품의 적립금 비중은 28.9%, 신한은행은 36.4% 수준이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IRP 적립액이 전년 대비 27.5%, DC가 12.7% 가파르게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DB상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개인고객보다는 기업금융으로 유치한 기업단위 퇴직연금 적립금이 주를 이루는 셈이다.
적립금 규모에서 밀리면서 퇴직연금 관련 수수료수익도 저조한 상태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퇴직연금 운용으로 벌어들인 수수료는 1284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2116억원 ▲국민은행 2064억원 ▲하나은행 1663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퇴직연금 시장 공략의 최대 과제는 수익률 개선이다. 우리은행의 3개 상품군 장·단기 수익률은 시중은행 최하위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DC·DB·IRP 상품의 원리금 비보장 단기(최근 1년)수익률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장기수익률 역시 3·5·7·10년을 통틀어 원리금 보장·비보장 전 상품군이 시중은행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개인형IRP 상품의 원리금 비보장형 10년 장기수익률은 2.6%에 불과하다. 같은 기준으로 3.53%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신한은행과 비교하면 약 1%포인트(p) 차이가 난다. DC상품 원리금 비보장 5년수익률의 경우 4.38%로, 하나은행(5.52%)보다 1.14%p 낮다.
우리은행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은 그룹 내 자산운용사 등 시너지를 낼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우리금융그룹은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했다. 이후 지난해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완전히 털면서 민영화 작업을 마쳤다.
우리금융은 민영화 후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자회사 우리종합금융과 합병, 현재의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는 등 경영 채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은 우리투자증권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수수료와 상품수를 무기로 개인 고객 추가 유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말 기준 운용하고 있는 펀드·ETF는 532개로 4대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최근 2년간 127종의 ETF 신규 상품을 출시하면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또 우리은행은 4대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비대면 개인형IRP 신규 가입 시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개인형IRP 수수료는 연 0.21~0.35% 수준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원뱅킹 연동을 통해 그룹 내 증권사와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