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케이조선이 새주인 찾기에 돌입한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 컨소시엄이 케이조선을 인수한 지 4년 만에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이번 딜을 바라보는 케이조선 내부의 관심도 높다. 올해도 잇따라 신규 수주에 성공하며 업황 반등에 따른 일감 확보와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을 경우 사업적 시너지와 중장기 투자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업 호황으로 높아진 몸값을 감당할 매수자가 나타날 지가 관건이다. 컨소시엄 측은 비슷한 규모 경쟁사인 대한조선의 시가총액을 근거로 1조원 몸값을 기대 중이다. 이는 2021년 인수 금액인 25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케이조선 매각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은 2021년 25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지 4년 만이다. 케이조선 지분은 KHI와 유암코의 특수목적법인(SPC) 케이선샤인홀딩스가 각각 49.79%씩 보유하고 있다. 인수 후 KHI가 경영권을 행사하다가 지난해 말 유암코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유암코는 민간 부실채권 투자 및 관리 전문회사다. 통상 재무적 투자자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 5년 안에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케이조선를 인수한 지 올해로 5년차를 맞은 데다,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매각 주관사 선정과 실사, 협상 절차 등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매각에 대해 케이조선 내부에선 우려보다는 기대와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략적 투자자(SI) 등 적합한 인수자를 만나면 신규 투자로 수주 증가와 신사업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중·대형 조선사를 막론하고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케이조선이 새주인을 찾으면 성장동력을 발굴할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조선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유암코가 케이조선을 경영하면서 실적 개선에 탄력을 받았고 건조자금 조달도 보다 원활해졌다"면서도 "원매자로 누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중장기 기업 성장을 고려하면 이번 재매각 추진 자체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조선은 1967년 설립된 동양조선공업이 전신이다. 58년의 탄탄한 업력과 노하우를 자랑하는 만큼 유암코·KHI 컨소시엄의 인수가액보다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적은 유의미하게 향상됐고 일감도 꾸준히 쌓고 있다. 매출은 2021년만 하더라도 2132억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 6054억원 ▲2023년 7081억원 ▲2024년 9347억원으로 우상향 흐름을 유지 중이다. 올해는 연 매출 1조원 달성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영업이익은 2023년 59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1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해 1분기는 매출 2856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7%, 404.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6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최근 신규 수주도 성공했다. 지난 6월 기준 26척의 수주잔량(남은일감)을 기록했던 케이조선은 그 후 추가 수주에 성공하며 현재는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RG는 조선소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기관이 선주사의 선수금을 대신 환급하겠다고 약정하는 필수적인 서류다. 케이조선은 조만간 신규 수주건에 대한 RG 발급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수주산업이다 보니 양질의 일감을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동종업계 기업이 아니더라도 전략적 투자자 등이 인수에 나서는 것이 중장기 사업적 시너지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매수자들이 1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맞춰줄 지는 의문이다. 매도자 측은 경쟁사 대한조선이 최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1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제시하면서 이와 비슷한 금액을 몸값으로 책정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 1조746억원에 영업이익 1582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케이조선 예상 매각가도 당초 5000억원에서 1조원 안팎으로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잠재 인수 후보로는 한화오션을 보유한 한화그룹, HD한국조선해양을 산하에 둔 HD현대그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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