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큰 로젠, 이순섭 회장 웃을 수 있나
웃돈만 2200억…시너지 발현 안 되고 수익 향상 기대감도↓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17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이순섭 코웰패션 회장(사진)이 야심차게 품에 안은 택배사 로젠이 피인수 2년도 안 돼 애물단지가 될 우려를 사고 있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비대면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데 더해 당초 기대한 그룹사와의 물류 시너지도 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코웰패션은 2021년 10월, M&A용 특수목적회사(SPC) 씨에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로젠을 인수했다. 취득가액은 3402억원이었으며 이중 로젠의 순자산가치는 1154억원, 영업권은 2248억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다시 말해 밸류가 1100억원 가량인 회사를 사기 위해 2000억원이 넘는 웃돈을 쥐어줬단 셈이다.


이 회장이 거금을 들여 택배사를 인수한 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코웰패션은 이익률 제고를 위해 판매수수료 부담이 큰 홈쇼핑채널 대신 스스로 유통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코웰패션이 생산·판매를 담당하고 로젠을 통해 유통까지 해결하면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아낌과 동시에 그룹 내에서 돈을 굴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인수 2년여가 지난 현재도 코웰패션과 로젠은 단 한 건의 물류거래도 진행하지 않는 등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의 기대와 달리 각사가 사업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코웰패션은 딜(Deal) 당시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홈쇼핑 비중이 70%에 이르는 등 채널 다변화에 애를 먹고 있어 로젠과의 거래를 트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량이 생겨도 문제다. 로젠은 코웰패션에 안기기 수년 전 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던 기업이었다. 이에 기존 대주주 체제 하에선 대규모 물류투자를 벌이지 못했고 이는 곧 그룹사의 B2B 물량 소화에 악재가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택배업계는 시너지 외에 로젠 자체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단 점도 우려스런 대목으로 꼽고 있다. 이 회사의 순이익은 팬데믹 특수 덕분에 2019년 225억원에서 지난해 306억원으로 36% 증가했지만 시장은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을 기점으로 택배물량이 안정화됐고 점유율을 끌어 올릴 만한 재료도 없어서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시장은 이동통신과 비슷하게 소수 업체가 과점을 형성하는 터라 점유율을 유의미하게 확대하는 게 어렵다"며 "특히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이 물류 처리능력 및 효율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과 달리 로젠은 물류능력을 제고하지 못한 터라 매출 확대를 통한 영업이익 증대, 효율을 통한 영업이익률 제고 모두 애를 먹을 공산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코웰패션 측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너지를 발현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당사도 주로 이용하는 택배 거래처가 있고 로젠도 기존에 하던 물량을 처리 중인 데다 타겟층 역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거래 관계를 맺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로젠의 시스템을 코웰패션에 조정하는 식으로 유통 물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로젠을 통한 시너지가 미비한 데 더해 최근 코웰패션이 패션과 전자·택배사업으로 인적분할키로 한 것을 두고 로젠을 재매각 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로젠의 몸값은 과거(3400억원) 대비 대폭 낮아질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팬데믹 특수가 끝난 가운데 ▲이 기간 기준금리는 0.75%에서 3.5%로 크게 올랐고 ▲예상 원매자인 대기업계열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로젠의 타겟시장은 B2C로 기존 물류·택배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 인수 이후 대규모 CAPEX(설비투자)까지 고려하면 선뜻 사기가 어려운 매물"이라며 "택배물량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도 아니고 금융환경마저 다이나믹해진 터라 시장에 나와도 기존 책정된 값을 받긴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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